그리고 그 자유를 소중히 해라
우리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우리의 자유와 무책임에 대하여>
안녕, 얘들아. 쌤은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와 가장 다른 점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 아이들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에게 ‘자유’가 있어야만 스스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교육이란 점점 아이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강력한 규칙과 규율 속에서의 아이들의 안전, 질서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는 사실은 아이들의 자유를 바라보는 많은 어른들의 관점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있어 아이들의 자유란 것은, 어른들의 품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꾸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분명히 ‘충분한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친구들은 알고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책임 없는 자유는 무책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무책임한 자유는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나의 자유로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책임이다. 우리 반 데크에 있는 벤치가 너무 많은 사람이 앉아서 고장 난 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책임이다. 학교 운동장에 있는 공들을 훼손하고 없애는 것이나 학교 물품을 망가트리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책임이다. 자유는 절대로 ‘내 멋대로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학교는 여러 사람과 함께 사는 곳이다. 그렇기에 나의 자유에는 경계가 있어야 한다. 그 자유의 경계를 각자가 잘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자율’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우리가 스스로 소중히 여겨 잘 지켜나가야 한다. 그것들이 무책임한 자유가 된다면 오히려 우리의 자유는 줄어든다. 운동장에 있던 모든 공들이 사라지게 된 것도 결국 우리의 무책임이 우리의 자유를 빼앗은 꼴이다. 벤치가 망가져서 이용하지 못하게 된 불편함도 결국 우리가 감수해야 한다.
시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시간적으로도 자유롭다. 자유시간이 많다. 그 자유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각자의 삶이 달라지고 성장의 정도가 달라진다. 자유가 있다고 해서 할 일은 제쳐두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만 삶을 살아가면, 그 삶은 오히려 통제받는 삶보다도 못하게 된다.
자신의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한다.
얘들아, 너희가 누리는 자유를 사랑해라. 그리고 소중히 해라. 그리고 자신의 자유에 책임감을 가져라. 스스로 소중히 하지 않은 건 사라지거나 잃어버리기 쉽다. 마치 운동장의 사라진 공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