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언컨대 철학이 아닐까 한다. 철학이 세워져 있음을 전제로, 어떻게 가르치느냐 하는 교육 방법은 결국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교육적 행위들은 철학을 바탕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래야 좋은 교육이 펼쳐질 수 있고,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다. 철학 없는 교육은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보통의 학교는 학교 나름의 교육철학을 세우고 학교 교육과정 가장 앞꼭지에 소개하고 있다. 철학이 없는 학교는 없다. 철학이 없는 교사도 없다. 다만 철학이 숙고와 숙의에 의해 방법과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보통의 학교에서 학교의 철학이 개별 교사의 철학과 이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교육과정에 쓰여진 학교 철학은 그저 허울뿐인 말과 글로 그칠 뿐이다.
학교가 좋은 교육을 펼치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같은 철학을 지향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교사-학생-학부모 3주체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어야만 학교에서 펼치는 교육이 힘을 지닐 수 있게 된다. 학교장이 바뀔때마다 달라지는, 교육장이나 교육청의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달라지는 교육철학 따위는 배움의 전당인 학교를 오히려 지치게 하고 배움을 직접 펼쳐나가는 교사를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바꿀 뿐이다.
여태껏 많은 학교들이 수시로 바뀌는 교육철학을 마주하며 보통의 교사들은 교육철학의 의미와 방향성을 잃어갔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대부분의 교사들은 각자의 교육철학은 누구나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철학이 각 교사나 학급마다 다르니 같은 학교에서 펼치는 교육활동이라 하더라도 판이한 교육활동이 되고 같은 학교의 학생들끼리도 서로 다른 철학을 바탕으로 공부하고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여러 이유들로 인해 철학을 숙고하지 않고 방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것을 가르치느냐이다.
학교가 바로서려면, 학교가 좋은 학교로 거듭나 아이들을 잘 자라게 돕기 위해서는 공통의 철학이 구성원들에 의해 바로 세워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좋다. 교사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그 철학을 나누어가져 교실에서 풀어나가게 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추구하는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 나갈 수 있다.
학교마다 각자의 철학을 가지는 일은 생각보다도 더 굉장히 중요하다. 교육부에서 내리는 철학, 교육청에서 내리는 철학으로 인해 같은 지역과 교육청에 속한 학교들은 대부분 비슷한 철학을 공유할 수 밖에는 없으나, 그럼에도 학교마다의 철학은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다르고, 지역마다의 특성이 다르고, 학교 구성원들의 특성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그 학교가 가져야 하는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경기도라 하더라도, 아주 도심지에 위치한 큰 학교의 철학과 인구밀도가 적고 외곽에 위치한 작은 학교의 철학이 비스무리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분명하게 학교는 학교마다의 명확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교육의 방법과 교육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당연함에도 안타깝게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어지는 학교는 거의 없다.
우리 학교는 감사하게도, 특별하게도 교사-학생-학부모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구성원들은 삶의 모습이 비슷하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네 학교 철학이 대체 뭔데?"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야."
"그런 캐치 프레이즈는 어느 학교나 가지고 있잖아. 그걸로는 이해가 안돼. 철학이 뭔데 그래서"
다른 학교 교사인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 우습게도 우리 학교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 되는데, 여러 가지의 세부적인 철학과 특성은 이 하나의 문장의 지배를 받는다. 그것에 위배되는 철학은 살아남을 수가 없으며, 당연하게도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교육활동이나 방법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친구들은 이런 부분이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 학교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우리는 그것을 공동의 철학으로 여기며 모든 구성원이 그것에 지배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대체 너네 학교 철학이 뭔데? 너네 학교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