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라 좋은 점 중에 하나
우리 학교는 작다. 전체 인원이 100명 남짓하는데, 그래서 구성원 모두 서로가 서로를 모두 안다. 나 역시 100여명의 모든 아이들을 잘 안다. 우리 반 아이가 아닌 아이들도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고 어떤 아이를 만나도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지난 주쯤에 1학년 OO이를 놀이시간에 만났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 이는 어린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쓰는 전형적 표현 중 하나다. 이 표현을 들으면 나는 그 아이의 이야기에 너무 흥미가 생긴다.
"응 쌤은 모르지. 뭔데?"
"오늘 우리 집에 친구들이 많이 놀러오기로 했어요."
"그래? 좋겠다. 근데 친구들이 왜 놀러와? 오늘 무슨 날이야?"
"무슨 날은 아니고요. 그냥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밥먹기로 했어요."
그런 식의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나누다,
"그래 OO아 오늘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어땠는지 또 이야기해줘."
그렇게 나중에 또 이야기 나누기를 기약했다.
그러다 지나가던 한 1학년 친구가 또 말을 걸어온다.
"쌤 학교 언제 떠나요?"
"응 이제 곧 떠나야지. 우리 이제 곧 학교에서 못봐"
"헤어진다니까 슬퍼요. 안 가면 안돼요?"
"이제 떠날 때가 됐어. 오래 있었거든"
"쌤 떠나도 나중에 또 놀러올거죠?"
"그럴게 나중에 놀러올게. 그때까지 잘 지내. 그리고 아직 떠나려면 몇달 남았어. 그때까지 자주 만나"
"쌤 가면 슬플 것 같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나도 헤어지는 거 슬플 것 같아"
우리 반이 아닌 아이들과도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나누곤 한다. 작은 학교라서 좋은 것은 서로가 서로를 모두가 알기 때문에 모두 구분 없이 식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식구처럼 경계 없이, 스스럼 없이 이야기 나누고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한테 말 걸어주는 1학년 친구들이 참 고맙다. 그 순수함이 가져다 주는 행복과, 반의 경계없이 여러 아이들과 나누는 그 대화들은 내가 이 '안'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때로 아이들을 여러 명의 어른들이 다같이 키운다는 느낌도 받곤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행복과 별개로 이 아이들도 참 운이 좋은 아이들같다. 이 곳에서 산다는 건 담임 선생님 외에도 여러 명의 선생님들과 관계 맺고 여러 어른들에게 배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
시간이 지나도 1학년 친구들은 나를 기억할까? 내가 떠나도 이 곳에 남은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도 참 고마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