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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Nov 02. 2024

두번의 학교 공개의 날을 마치고

나의 자발성은 무엇을 바탕으로 하는가?


올해초부터 학교 선생님들과 긴 고민과 논의 끝에 결의하여 9월과 10월 두 번의 학교 공개의 날을 해냈다. 어렵고 힘든 와중에 해낸 일이기에 '해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나는 이 학교에 있는 동안 교사로서 행복하게 살면서도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 행복함이 때론 미안하고 무안했기에, 우리 학교가 대한민국 교육계에 지니는 상징성이나 역할이 여전히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뜻을 모아 실천하였다. 거창한 목적은 아니더라도 그저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희망과 긍정을 전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교육청의 지시도 아니고 누군가의 지시도 아니었다. 그냥 학교 선생님들끼리 뜻을 모아 실천한 큰 일이었기에 더 뿌듯하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그 뜻을 이해를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이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모여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이것은 그 두 번의 학교 공개의 날을 마치고 그 후기이다.


나는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있는척' 이야기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부끄럽다.


여전히 교사로서 자신이 충만하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나서는 항상 내가 한 말에 대해 후회할 때가 많다.


전학공이든 선생님끼리 이야기하는 어떤 자리에서든 내 생각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늘 어렵다.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겐 개인적으로 '학교 공개의 날'은 그런 부끄러움의 정점인 날이다.


그래도 매번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무엇이든 떠들어대려고 하는 건 누군가에게 내 생각이나 삶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내가 의사결정을 더디게 하거나 우유부단한 것은 사실 내가 무조건 옳다는 생각이나 확신을 하지 않는 나의 삶의 태도에서 말미암은 일이다.


나는 교사로서 내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때론 우물쭈물하게 될 때가 있다.


아무튼 그럼에도 두번의 학교 공개의 날에 뭔가 잘 아는척, 있는 척 떠들어댔다.


이 곳에 있는 동안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개인의 삶을 모두 자발적으로 반납하면서까지 열심히 살았기에 그 삶에 부끄러움은 없다.


그러나 내가 떠들어대는 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끄러움은 있다. 그래도 이겨내고 열심히 이야기했다. 틀린말들이어도 괜찮다. 그건 지혜로운 선생님들께서 알아서 걸러서 들을거라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교사로서의 삶에 자부심은 있다. 그러나 자부심이나 자신감을 가지고 떠들어 댄 것은 아니고,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에서였다.


남한산에서의 삶은 늘 사명감과 책무성이었던 것 같다.


즐거움이나 행복함, 자발성으로 가득찬 삶이었지만 그래도 사명감과 책무성이 날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우리 학교에서 사는 동안 때때로 교사로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다른 동료 교사들과 이야기하기에 무안했다. 그래서 되도록 나대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았던 시간이 길었다.


그런데 어느 시기 이후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나대야겠다. 더 많이 떠들어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게 누군가한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말은 가려서 해야겠지만 아무튼.


교사로서 잘난 척, 있는 척 하는 건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앞으론 '사명감'을 가지고 조금 더 떠들어대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와 우리의 떠들어댐이 교육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거창한 생각이 아니더라도 소수 몇 몇의 선생님들에게라도 희망과 긍정의 힘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두 번의 학교 공개의 날이 나에게도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려움을 뚫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이 자체도 교사 개인으로서의 성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조차도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게 된다. 고마운 일이 참 많은 곳이다. 우리 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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