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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Oct 30. 2024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아이들에게 쓴 편지

내가 느끼는 것처럼 아이들도 느꼈기 행복했기를

지훈쌤 편지 <마을밖여행을 다녀와서> 2024년 10월 28일 하늘마을 배움나눔안내에 부친


마을밖여행을 다녀와서 아이들과 소감 나누기를 하면서 저도 나름대로 쓴 글을 아이들과 나누었습니다. 글은 이번주 하늘마을 배움안내에 담았구요. 


2024년 마을밖여행은 나에게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마을밖여행이었다. 그러니 우리 하늘마을 아이들과 느끼는 바가 거의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마을밖여행은 보통의 초등 학교의 현장학습과는 목적부터 조금은 다른 거대한 교육 활동이다. 익숙한 우리 마을을 떠나 다른 고장의 자연을 다 함께 몸소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마을밖여행인데, 우선 ‘걷기’를 주요 활동으로 하는 것 부터가 다른 학교의 현장학습과는 다르다. 그리고 자연속에 파묻혀 우리 마을이 '함께' 살다 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꽤 특별하다. ‘우리 마을도 자연인데 무슨 자연을 느끼러 어디를 또 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볼 곳이 많은 꽤 넓은 나라고 곳곳에 서로 다른 자연과 장소의 매력을 품고 있는 나라다. 그렇기에 매년 바다-산-들을 순환하며 여러 곳을 돌아보며 배우는데, 이번 마을밖여행의 무대였던 파주도 아주 매력적인 고장이었다.



이틀간 20~30km의 거리를 아이들과 걷고 또 걸으며 둘러본 파주의 풍경은 우리 마을에서는 겪을 수 없는 새롭고도 특별한 그림이었다. 옆으로는 남북 분단의 경계인 임진강이 흐르고 주변으로는 수확을 마친 논과 밭이 펼쳐져 있으며 하늘에서는 온갖 철새가 떼지어 날아다니고 우리 마을에서 보기 힘든 여러 동식물들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며, 심심치 않게 만나는 군용 차량들, 군인들, 생각보다 더 가까워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북한과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분단국가의 현실도 우리에겐 새롭고도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어딘가를 방문할때면 거쳐야 하는 신분과 인원 확인 등도 아이들에겐 낯설면서도 조금은 두려운 경험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을 겪으며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가장 힘있는 배움은 직접 보고 겪으며 느끼는 것. 우리 교육에서 이야기하는 ‘몸소 겪음’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글이나 간접적 경험으로 배운 것과, 직접 보고 느끼며 배우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아무튼, 나는 사흘 간 행복하면서도 오묘한 감정을 마주해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걷는 것, 새로운 것을 함께 보고 겪는 것 등. 그 속에서 나누어지는 인간성의 교류는 교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커다란 공동체로서의 가치였다. 그러면서 우리 하늘마을 아이들의 성장과 성숙을 다시 느끼며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언제나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따라주는 우리 아이들. 또 우리 하늘마을 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개별적으로 성장한 모습과, 공동체로서 함께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너무나 큰 행복이자 행운이다. 내가 앞으로 교사로서 살아가며 또 이런 아름다운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30여km의 거리를 모든 아이들이 한 명의 포기도 없이 걸어서 완주한 것은 언뜻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몇 몇 친구들에게는 분명 아주 어려운 일이었을테고 또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농담으로 체력이 약하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사실 아주 많이 걱정했었다. 누군가 함께 할 수 없을까봐 조마조마했다. 힘들다고 하면 업어서라도 데려가야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그만큼 한 명의 포기도 없이 모든 구성원이 완주에 성공한 것은 각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공동체로서도 분명히 큰 성과다. 투덜댈지언정 포기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힘들었을텐데도 끝까지 친구들과 함께 하며 완주라는 경험을 한 것은 각각의 아이들의 영혼에 깊게 새겨져 앞으로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드러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바로 우리 학교 아이들의 영혼이다.


마을밖여행은 비록 사흘의 일정이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아이들과 떨어지지 않고 다 같이 60시간 가량을 함께 지내다 온거라 이 여행을 마치면 아이들이 더욱 훌쩍 큰 것처럼 느껴진다. 뭐랄까 더 개별적으로나 공동체로서나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함께 걷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보고 느끼고 이야기 나누고 견뎌내고 이겨내는 등의 사흘간의 ‘몸소 겪음’은 생각보다 더 큰 배움의 힘이 있다. 나도 사흘간 아이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새로운 것도 많이 눈으로 담고, 몸소 겪고 느끼며 재미나게 배우고 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마을밖여행이 부디 행복한 배움이 되었으리라 믿어 본다.


그리고 또 궁금하다. 아이들은 이 마을밖여행을 어떻게 느낄는지. 앞으로 이 기억을 어떻게 가져갈는지. 힘들었지만 행복했을지.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을지.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 더 가까워졌을지. 


기가 막힌 건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살며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도 그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그래서 남은 시간 여러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하늘마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야겠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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