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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Dec 18. 2024

나무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되어갔다


3주쯤 전 110여년 만의 기록적인 대설로 우리 학교는 이틀 간 휴교를 했을 정도로 힘든 상황을 겪었다. 말그대로 '대자연'앞에서 인간으로서 나약해지는 경험과 동시에 끝없이 쌓인 눈이 만든 풍경의 아름다움에 감동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 학교는 대설로 또 다른 가슴아픈 상처를 여럿 입었다.


우리 학교는 도립공원이자 문화유산 안에 있는 학교라 학교 자체가 그야말로 산 속에 푹 안겨 있는 자연환경을 누리고 있다. 숲으로 걸어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학교 자체가 숲이고 산이라, 매일 매일 숲으로 산으로 산책을 갈 수 있다. '숲'이 학교 밖이 아니라 학교 안에 있는 환경인데, 이번 대설로 우리 학교의 나무 수십그루가 꺾이고 부러지고 쓰러졌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무들이 피해를 입었다. 꺾이고 부러진 나무들은 이미 고사枯死해서 톱으로 잘라버릴 수 밖에는 없었다.


수년을 이 곳에 살며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수십그루의 나무가 한날에 꺾이고 부러진 장면은 처참했다. 마음이 아팠다. 며칠은 씁쓸한 마음에 슬펐다. 처참하게 스러진 나무들을 보며 눈물이 났다. 자연의 힘 앞에 어찌할 바가 없어 그저 슬퍼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원래 나무의 죽음이나 아픔에 슬픔을 느끼던 사람이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이 곳에 살며 이 곳의 자연을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부로 바라보고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이 곳 사람이 되었나보다. 자연의 아픔에도 공감하며 슬퍼하는 사람으로.


그것은 이 곳의 모든 것을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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