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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Jan 30. 2024

삶과 배움이 따로가 아니므로

교육과정은 삶을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삶 잇기

배움은 삶과 따로가 아니며, 배움은 삶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삶 자체가 배움이어야 하며, 배움 자체가 삶이어야 한다.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교사로서 살면서 잘 가르치겠다는 말 대신 잘 살겠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아이들에게 삶과 배움이 같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모든 삶의 장면들에서 일상적으로 배움이 일어나지만 학년에 따라 교육과정을 통해 정해진 것을 분명하게 배워야 하는 것들도 있다. 그때도 배움은 삶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나는 올해 6학년 사회를 재구성하고 아이들과 새롭게 우리에 맞게 우리 것으로 거의 재창조하여 함께 배워 나갔는데, 사회 수업 장면들에서 삶과 배움을 잇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배워야 하는 것들을 단순히 지식으로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일상의 모습들이자, 경험이자 정서적 울림으로 아이들과 함께 배워 나갔기에 의미 있고 재미 있었다. 아이들도 그랬을까? 


학년말이 되어 우연히 아이들과 함께 간 식당에서 함께 ytn 세계 정세 뉴스를 보며 기사들의 의미를 완연히 이해하고 교사인 나에게 먼저 이야기를 건네는 녀석들을 보며 그래도 참 잘 배웠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해당 뉴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중 포로 교환에 관한 뉴스였고 아이들은 그 뉴스를 보며 민간인 희생이 더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교과는 분절되어 있지만 되도록 모든 교과를 아이들의 삶을 바탕으로 하나의 주제로서 연결한다면 아이들에게는 일관적인 커다란 배움과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번 12월에 이러한 예로 들만한 재미있는 수업 장면이 있었다. 


6학년 2학기 사회 교과에서는 다른 나라의 특성에 대해 배운다. 우리 역시 다른 나라에 대해 배웠다. 문화적 특성, 지리적 특성, 기후, 역사, 관계 등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 그것들을 배우고 나라 간의 관계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제 사회의 갈등과 문제들에 대해서 배웠다. 배우는 방식은 다양했다. 무분별한 매체 활용을 지양하면서 스스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선하여 발표하기도 하고 이주민을 모셔 인터뷰하기도 하고 해외 학교학생들과 일대일로 결연을 맺어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하는 등등. 


이 주제를 배우며 흥미로웠던 것은 국제사회의 분쟁과 갈등에 대해 배우면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며 나타난 배움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국제사회 갈등에 대해 배우면서 가장 최근 벌어지고 있는 분쟁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의 역사와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는 폭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함께 나누었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가자지구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학교 구성원들이 다같이 십시일반하여 모금하는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으로까지 논의가 발전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회 ‘교과’에서 본인들이 알게된 것과 느낀 것을 온다모임에서 나누고 전체 학생들 및 학교 구성원에게 모금 캠페인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미술 수업에서 배운 포스터 디자인 경험을 살려 캠페인을 알리는 포스터를 공동 제작하고 게시판에 붙여 알렸다. 캠페인을 진행하여 모금된 모든 금액은 유니세프 긴급구호를 통해 기부하였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체 구성원에게 알렸다.


 흔히 일어나는 프로젝트 수업 중 하나일 수 있는데 이 장면들이 나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연결성’, ‘통합성’, ‘확장성’과 같은 배움의 특성 때문이었다. 교과에서 배운 지식이 곧 현재 사회에서 우리가 겪는 공공의 ‘삶’과 연결된 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이들이 노력한 모습, 본인들이 겪은 경험과 생각을 다른 구성원과 다모임을 통해 ‘나누는’ 모습, 교과와 교과가 분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통합되는 모습,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만들어지는 교육과정의 생동성, 그리고 배움과 삶이 구분되지 않고 동시에 이루어지는 모습, 학급 교육과정이 학교 교육과정과 구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학교의 철학과 방향성이 담긴 배움의 모습이 온전히 녹아있는 교육의 장면이었기에 나에게는 그것이 일상적이면서도 몹시 흥미로웠다. 


이렇듯 삶과 배움이 따로가 아니기에 아이들이 삶속에서 배움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들이 배움과 자신의 삶이 따로가 아니라고 느끼고 배움으로 더 가깝게 느끼고 내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교사는 그런 교육이 실제적으로 항상 교실 공동체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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