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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Feb 15. 2024

교사로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못한다는 것은

모두가 행복한 교사가 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기를 바라며

미친듯이 열심히 살았고 내 삶을 교육과 아이들을 위해 쏟아부었다. 나라는 인간의 개인의 삶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보통의 교사들은 퇴근 이후의 삶이 풍성했겠지만 나는 그런 시간들 마저도 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하거나, 실제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그리고.. 지난 4년간 교사로서 정말 행복했다. 어린 학생을 가르친다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보람과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이상적인 학교의 교육은 이런 형태여야 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았다. 나도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나에게 준 정성과 사랑은 내가 쏟아부은 노력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때로 힘들고 지치고 서운하고 실망할 때도 있었지만, 전체를 돌아본다면 나는 전국에서 가장 행복한 교사 중 한명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학교를 사랑하고 또 우리 학교에서 일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 우리 학교의 교사로서 일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니까.


그런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다른 학교 교사들이나 교사인 친구들에게 해본 적은 없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민망하기 때문이다. 내 또래 친구들이나 후배들은 대부분 최악의 시절을 경험하며 교사로서 학교에서 사는 것 자체가 직업인으로서 생존을 위한 투쟁에 가까운 상황에 놓여있는 듯 하다. 그런 와중에 내가 교사로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내가 교육 철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고민하고 교육과정을 더 나은 방향으로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교사로서 해야할 당연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조차도 꺼내기가 어려웠다. 다른 동료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교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이고 또 '기만'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교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의 현 주소다. 교사로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아마 뭇매를 맞을지도 모르는. 그런 각박한 현실. 그리고 학부모나 학생들과 사이좋게 더 나은 미래를 다 함께 그려간다는 이야기는  나에게는 현실이지만 보통의 교사들에겐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교사들에게 있어 학생과 학부모는 동반자가 아니라 어쩌면 적에 더 가까운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장이다. 그런 곳에서 교육적 지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이상주의자가 될 수밖에는 없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올해 2024년은 조금 더 많은 교사들이 그래도 교사로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또 조금이나마 행복감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나는 동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나마 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어떤 일이 되었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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