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by 송종관


누군가의 일기를 따라 써 본다

그의 마음으로 들어가 본다

마음을 훔쳐 보는 것은 무례한 일

펜을 내려 놓고

창 밖을 바라보고

믹스커피 한 잔 마신 다음

다시 시작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엿듣는 것은 미안한 일

상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가 남겨 놓은 쓰라림을

짦은 펜으로 따라가 본다

같은 일을 겪어도 더 이상 괴롭지 않은

앞서 간 발자국 밟기

나도 누군가에게 먼저 간 발자국이 되어

뒤돌아보는 습관의 여유

가질 수 있을까

믹스커피처럼 식어버린 마음은

힘들지 않다

따라 쓰는 일기는 싱거워

반성도 모색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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