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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현 Oct 30. 2024

오르막길

S에게



1.

내년 4월 결혼을 앞두고
이제 슬슬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모아둔 돈도 마땅치 않고,
시작한 강사 커리어는
벌이가 넉넉지 않아서
생각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늘어진다.

예비신부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애써 웃어 보이지만
아주 숨길  없는 그녀 불안 사이로
수컷의 자존심갈기갈기 찢긴다.


2.

큰 후회 없이 걸어왔다.
대학입시가 두 번 늦춰졌을 때도,
대학원에서 홀로 유급을 했을 때도,
여러 사무실을 전전하며 변호사업에
마음을 붙이지 못했을 때에도,
그리하여 결국 출사표를 내고
교육업에 맨발 도전을 하였을 때에도

크게 후회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향한 분노로
온몸을 불사르며
하루종일 우울에 침전한 나날

후회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애틋함이 더했다.

그런데 네 앞에 서면 그 모든 게 후회된다.
혹여 네 미소를 지키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내 지난날은 도전과 모험 대신에
철없는 방황이라는 이름표를 감당하기로 하였다.


3.

고맙고, 미안하고, 다시 더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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