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숲 속 작은 지붕 아래 곰 네 마리가 살았어요. 아빠곰, 엄마곰, 오빠곰, 그리고 동생곰으로 구성된 평범한 가족이었답니다. 달리 특별할 것 없는 이 가족에게는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온 가족이 각자 혼잣말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는 것이에요.
보통 자기 이름이나 별명을 큰소리로 외치고는 그 뒤에 몇 마디를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빠곰은 '오 교수님! 이제 1년 남으셨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시면 됩니다!'라고 외치고, 엄마곰은 '황땡땡, 힘내라! 좋은 날이 올 거다!'라고 하거나 냅다 '주님! 도와주세요!'를 내지르곤 하였습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방 안에 있던 아들곰은 깜짝 놀라 무슨 일이 난 건 아닌지 밖을 나가 확인하곤 하였습니다.) 한편 사랑스러운 둘째 곰은 '오땡땡, 이쁘다! 잘한다!'라고 콧노래하듯 말했습니다. 대체로 샤워를 하다가 외치는 경향이 있었지요.
물론 아들곰도 나머지 셋과 다르지 않아서 갑자기 큰 소리로'할 수 있다!'라고 되뇌거나 돌연 '주여' 삼창(三唱)을 때려박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샤워를 하는 중에 특히 그러했습니다. 그렇게 숲 속 곰 가족은 각자 자리에서 힘차게 혼자 주문을 외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곰이 문득 생각했어요. 뭐가 이렇게 다 진지하고 괴로운 걸까. 온 세상에 이토록 젖과 꿀이 가득한데 무엇하러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고 있는 걸까. 그래서 그날부터 아들곰은 혼잣말을 멈췄어요. 대신 큰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하였습니다.
"하하하하"
처음에는 아들곰 본인도 자기 웃음이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최근에 본 어느 영화가 떠오르면서 내가 기어이 실성을 하고 말았구나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들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웃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큰소리를 내어 웃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다들 가족들도 조금씩 웃기 시작하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본인들이 먼저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였습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그리하여 숲 속 작은 지붕 아래에는 웃음이 끊기지 아니하였고, 곰 네 마리는 행복하게 잘 지냈답니다. 끝.
2.
어느 컬투쇼 사연처럼 적어보려 했는데 역시 쉽지 않네요 하하. 아직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적잖이 남아있나 봅니다. 뭐, 사람이 어떻게 한순간에 다 바뀔 수 있겠습니까. 이런 과도기를 거쳐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요.
더 가볍고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허나 글이란 결국 작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법이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무거운데 작품만 저 멀리서 오롯이 유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조금씩 바꿔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