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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현 Jul 27. 2022

3-4. 변제제공에 관한 짧은 설명



1. 채권자 때문에 어그러진 약속?


        ‘너 때문에 약속이 모두 어그러졌어.’


        A는 2022. 1. 1. B로부터 X 아파트를 10억 원에 샀습니다. 그런데 약속이 어그러졌습니다. 아무런 추가 정보 없이 범인을 지목해야 한다면 누가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대부분은 채무자를 지목할 겁니다. 10억 원을 내지 않는 채무자 A를 떠올렸든, 아파트 소유권을 넘기지 않는 채무자 B를 떠올렸든 마찬가지입니다. 의무를 부담하는 건 채무자니까, 채무자가 약속을 어겼으리라 짐작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약속은 채권자에 의해 망가지기도 합니다. 사례로 볼까요. A는 2023. 1. 1. B로부터 X 세탁기를 100만 원에 샀습니다. 둘은 이틀 뒤 오후 12시에 A의 집 앞에서 만나 B는 A에게 세탁기를, A는 B에게 100만 원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A가 약속 당일 오전 11시경 급한 일로 집을 나왔습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B는 열심히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전화도 묵묵부답입니다. 15분가량을 기다리다 지친 B는 어쩔 수 없이 세탁기를 싣고 다시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채무자 B는 변제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를 B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B는 약속대로 오후 12시까지 집 앞으로 갔습니다. 그가 변제에 실패한 이유는 “채권자” A가 제대로 수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례를 하나만 더 봅시다. C는 2022. 6. 1. D로부터 Y 아파트를 15억 원에 샀습니다. 돈을 주고받는 관점에서는 C가 채무자, D가 채권자입니다. 그런데 중도금까지 받고 잔금만 남은 시점에서 갑자기 D가 2억 원을 더 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 사이에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 배가 아팠던 것입니다. D는 잔금 5억 원에 2억 원을 추가로 얹어 총 7억 원을 주지 않으면 아파트를 줄 수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C는 약속대로 5억 원을 건네려 하였으나 D가 수령을 거절하였습니다.  


        이번에도 C는 변제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C가 변제를 못했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C는 약속대로 5억 원을 건네려 하였으나, “채권자” D가 수령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2. 변제제공이란 개념의 탄생        


        이처럼 약속은 채권자에 의해 어그러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민법은 변제제공(辨濟提供)*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냈습니다. 변제제공은 말 그대로 변제를 “제공”하는 것, 혹은 그 제공 방법을 일컫습니다. 이 개념 덕분에 채무자는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민법에서 정해준 대로만 변제를 제공하면 설령 채권자가 수령을 게을리 하더라도―그래서 “채무내용에 좇은” 변제에는 달하지 못하더라도―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제제공은 민법 제460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조문을 읽어보고 주석을 몇 개 달아봅시다.


(*‘변제의 제공’, ‘이행제공’, ‘이행의 제공’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제460조(변제제공의 방법) 변제는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으로 이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면 된다.

제461조(변제제공의 효과) 변제의 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  


        1) 변제를 제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현실제공(現實提供)과 구두제공(口頭提供)이 그 둘입니다. 전자는 제460조 본문에, 후자는 제460조 단서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편 현실제공도, 구두제공도 하지 않았으나 마치 이행제공이 있었던 것처럼 취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구두제공조차 요하지 않는 경우라고 합니다. (그래서 책에 따라서는 변제제공 방법을 곧바로 세 가지라 소개하기도 합니다.)   


        2) 현실제공이란 ‘채권자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변제를 두고 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약속은 지참채무(持參債務), 즉 채무자가 직접 채권자가 있는 곳까지 가서 이행을 하는 방식이므로, 현실제공이 변제제공의 가장 원칙적 형태라 하겠습니다. 한편 채무자가 약속 시간에 맞추어 현실제공을 하러 갔다면 채권자가 설령 부재중이었더라도 현실제공은 이루어진 것으로 봅니다.   


        3) 구두제공이란 ①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 ② 채무자가 변제의 준비를 완료하고, 그 완료를 채권자에게 통지하면서 ③ 변제를 수령해 가라고 최고하는 것입니다(제460조 단서). 보다시피 구두제공은 현실제공에 비해서는 분명 완화된 제공 방식입니다.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는 등 사유가 있으니 채무자가 해야 하는 최선의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요. 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완화의 정도가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채무자는 어쨌든 변제의 준비는 완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구두제공은 중요합니다. 그 다음 유형인 ‘구두제공조차 필요없는 경우’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4) 구두제공조차 요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조문에는 없지만 해석상 인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미리 변제받기를 거절하되, 너무나 진지하고도 종국적으로 거절을 하는 경우 채무자는 구두제공조차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절대로 변제를 받지 않겠노라 선언한 사람에게* 변제의 준비를 완료했다고 통지하고, 수령를 최고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무익한 형식행위에 불과하므로 해석상 과감히 생략하는 것이지요(대판 1995. 4. 28. 94다16083 참고).  


(*#쌍무계약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계약에 극심한 불만을 가진 사람은 자기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변제도 거부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변제를 받으면 자신의 이행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니 말입니다.)  


        5) 변제제공은 여러 가지 법률효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효과는 단연 제461조입니다. 우선 조문의 제목과 위치부터가 상징적입니다. 변제제공을 정의한 제460조 바로 뒤에 등장하는 첫 번째 조문이기 때문입니다. 변제의 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치에 맞습니다. 변제제공은 채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채무자에게 "채무의 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행의 책임을 묻는 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제제공이 모든 형태의 채무불이행을 면해주는 건 아닙니다. 제461조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제한하여 해석합니다. 우리는 앞서 채무불이행의 여러 형태 중 특히 중요한 셋(① 약속시간 위반, ② 물건관리 소홀, ③ 품질수준 위반)을 살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제제공은 채무자가 약속시간을 어겨 발생한 책임은 면해주는 반면, 물건관리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책임은 조금 완화시켜 주는 것에 그칩니다. 그런가 하면 품질수준 위반의 경우에는 아무런 면책 효과를 갖지 못합니다. 단을 나누어 좀 더 살펴봅시다.





3. 변제제공의 여러 효과


[그림 3-3]


        변제제공은 여러 법률효과를 갖습니다.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셋을 뽑아 큰 그림을 그려봅시다. 변제제공의 법률효과는 크게 세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변제제공이 ① 채무자에게 미치는 영향, ②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 ③ 쌍무계약에 미치는 영향, 이렇게 셋입니다.* 


(우선은 ‘현실제공’을 염두에 두고 읽기를 권합니다.)  



1) 변제제공이 채무자에게 미치는 영향


        변제제공은 변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변제를 제공만 한 단계에서는 채무가 아직 소멸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변제제공이 채무자에게 미치는 첫 번째 영향입니다. 변제제공이 채무자에게 미치는 두 번째 영향은 앞서 본 제461조입니다. 변제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해줍니다. 하지만 제461조도 만능은 아닙니다. 학자들은 (문언에도 불구하고) 제461조를 이행지체, 즉 약속시간 위반 사안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 해석합니다. 물품관리 소홀이나 품질수준 위반은 변제제공으로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림 3-4]


        변제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자의 이행지체 책임을 면해줍니다. 채권자가 수령을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타들어 가는데, 여기에 더해 시간 지체에 대한 책임까지 지라고 한다면 너무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속시간 지체 사안은 제461조를 온전히 적용받습니다. 반면 품질수준 위반은 제461조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약속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제공은 애당초 "변제준비를 완료"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변제준비를 완료하지 않았으므로 채권자가 변제 수령을 거절하더라도 정당합니다. 따라서 품질수준 위반에서는 이행제공이 낄 자리가 없습니다.


        한편 물품관리 소홀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제제공이 되었다고 그때부터 물건 관리를 마구잡이로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또 예전만큼 주의를 기울여가며 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건을 관리할 의무는 존재하지만 채무자의 책임이 경감되는 겁니다. 이를 더 이해하기 위해선 '채권자지체'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채권자지체는 채무자의 변제제공이 채권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률효과입니다.




2) 변제제공이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아니한 때에는 이행의 제공이 있는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습니다(제400조). 이를 채권자지체라고 합니다. 변제를 받지 아니한 채권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페널티입니다. 그런데 채권자지체는 흥미롭게도, 채무자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채무자가 쏘아 올린 이행제공이란 공이 채권자를 거쳐 다시 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형세입니다.)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습니다(제401조).


[그림 3-5]


제400조(채권자지체)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아니한 때에는 이행의 제공있는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제401조(채권자지체와 채무자의 책임)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

        

        민법상 과실(過失)에는 경과실과 중과실, 이렇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중과실(重過失)은 ‘행위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그 행위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하게 결여한 것’을 말합니다. 경과실(輕過失)은 중과실보다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가벼운 경우를 뜻합니다. 우리가 앞서 배운 “고의 또는 과실”에서의 과실이 경과실에 해당합니다. (민법이 중과실을 강조하고 싶을 때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습니다. 즉 채권자지체 중 채무자의 “경과실”로 발생한 불이행에 대하여는 채무자가 책임이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민법 제461조와 제401조가 해석상 충돌합니다. 전자(제461조)에 따르면 변제의 제공은 그때로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합니다. 아무런 추가 요건도 없습니다. 고의에 의한 불이행도, 과실에 의한 불이행도 (문언에 따르면) 책임을 면합니다. 반면 후자(제401조)에 따르면 채무자는 경과실로 발생한 불이행 책임만 면합니다. 고의에 의한 불이행이나, 중과실에 의한 불이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책임을 지는 것이죠. 두 조문이 서로 모순인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조문이 맞는 걸까요? 학자들은 각 조문이 규율하는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제461조는 약속시간 지체를 위한 조문으로, 제401조는 물품관리 소홀을 위한 조문으로 나누는 겁니다. 이행제공을 한 뒤라도 물품관리를 완전히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세탁기 사안을 다시 떠올려봅시다. 약속 시간에 맞춰 A를 찾아간 B는 짜증이 날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세탁기를 함부로 해선 안 됩니다. 아직 채무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A가 뒤늦게라도 세탁기를 건네 달라고 하면 B는 세탁기를 가져다주어야 합니다. (쓸데없이 왕복을 하느라 추가로 든 비용과 시간은 별도로 청구할 일입니다.) 아래 두 사례를 보며 조금 더 고민해봅시다. 세탁기를 싣고 돌아가는 B에게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세탁기는 크게 파손되었습니다.   


[사례 1] 교통사고는 B의 중과실로 일어난 일입니다. 너무 화가 난다는 이유로 가게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난폭운전을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못하고 사실상 고의에 가까운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교통사고로 세탁기는 크게 망가졌습니다. 

[사례 2] 교통사고는 B의 경과실로 일어난 일입니다. 먼길을 왔다 갔다 하느라 피곤한 중에 뒤차가 추돌사고를 냈습니다. 교통사고로 세탁기는 크게 망가졌습니다.    


  "어제는 미안하게 됐습니다. 급하게 일이 생겨서 잠시 밖으로 나갔는데 그 사이에 집을 찾아오신 모양이더군요. 오늘이라도 세탁기 받을 수 있을까요? 배송비는 따로 챙겨드리겠습니다."  


  "네, 저도 그게 좋겠습니다. 약속한 대금도 준비해주십시오. 그런데 건네드릴 물건에 문제 좀 생겼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어제 세탁기를 싣고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세탁기가 크게 고장 났습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그럼 새 세탁기를 주시면 되지 않나요?"  


  "아니죠. 저는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세탁기를 들고나갔습니다. 만약 그때 제대로 세탁기를 건네받으셨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닙니까."  


  "네? 이게 무슨 황당한 논리인지?"  


  "민법 제461조 모르십니까? 변제제공한 때로부터 채무불이행 책임을 면한다. 제가 좀 실수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제가 변제제공을 한 시점부터 저는 채무불이행 책임이 없습니다. 물품관리를 소홀히 한 정황이 있더라도 저에겐 책임이 없다 이 말입니다."  


  "도대체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 나오는군요. 난 모르겠고, 새 세탁기로 가져오세요!"  


  "나도 그럴 순 없습니다. 망가진 세탁기 들고 갈 테니 배송비랑 약속한 대금 준비하고 계십시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합니까? 사례에 따라 결론이 다릅니다. 우선 민법 제461조를 언급한 B의 설명은 틀렸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물품관리 소홀 사안에서는 제461조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제401조를 적용합니다. 제401조는 경과실에 따른 물건관리 소홀만 눈 감아줍니다. 고의나 중과실로 물건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에는 여전히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죠. 따라서 첫 번째 사례에서 채무자 B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B는 망가진 세탁기를 가져다주면서 수리비 등을 보태주든지, 아예 새 세탁기를 가져다주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두 번째 사례에서는 B에게 물건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경과실로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는 대금을 전부 주면서 망가진 세탁기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채권자지체로 인한 A의 운명입니다. 


        다소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행제공은 채무불이행 책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중 약속시간 위반은 제461조 덕분에 아예 면책이 됩니다. 반면 물건관리 소홀은 제401조에 따라 경과실인 경우에만 면책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품질수준 위반은 이행제공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면책 효과가 없습니다.





3) 변제제공이 쌍무계약에 미치는 영향

        

        이행제공은 쌍무계약에서도 활약을 합니다. 이행제공은 쌍무계약 당사자가 갖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깨는 효과가 있습니다. 동시이행 항변권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므로 바로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제4장 참고]. 지금은 이행제공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로만 간단히 알아봅시다.

        

        쌍무계약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무를 지는 계약이라 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계약 당사자 A가 B에게 줄 것이 있다면, 상대방 B도 A에게 줄 것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누가 언제 이행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내 의무를 먼저 이행하면 상대방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도망가버릴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법은 (이행 순서에 대해 특별히 약속으로 정한 게 없다면) 서로 동시에 이행하는 걸 원칙으로 삼습니다. 민법 제536조를 봅시다.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 ①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림 3-6]



       쌍무계약에서는 상대방이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동시이행 항변권입니다. 따라서 만약 상대방의 동시이행 항변을 깨고 싶다면 이행의 제공을 하면 됩니다. 조문에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만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했기 때문입니다. 쌍무계약에서 계약 당사자의 동시이행 항변권을 깨는 것, 이것이 이행제공이 쌍무계약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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