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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아저씨 Aug 16. 2022

불은 생명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방식

생명을 정의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지구라는 작은 별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인간의 눈에는 그저 우리와 비슷한 것을 생명체의 기준으로 삼곤 한다. 과학이라는 인간 문명의 발전은 세상을 또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들어 주었다. 이는 외계 생명체를 상상하는 영화의 변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외계인의 형태는 대부분 곤충이나 해양생물 또는 인간의 신체구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감독은 그 틀을 깨려고 한다. 금속이나 액체상태의 에일리언 심지어 아예 비물질의 신체를 가진 존재도 등장하니 말이다.


생명의 정의란 무엇일까?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다. 다음은 위키백과사전에 서술된 물질대사를 바탕으로 하는 생명의 기준이다.


1. 생장한다.

2. 물질대사를 한다.

3.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 움직인다.

4. 자신과 닮은 개체를 생산해 내는 생식기능이 있다.

5.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


위의 다섯 가지 항목은 지구 상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가진 특징을 추려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위키 백과사전에서도 언급하듯이 위의 정의는 반드시 전 우주적 기준이 될 수 없다. 노새는 생식 능력이 없으므로 살아있다고 할 수 없고, (그러나 노새의 세포 하나하나는 분열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성장하지 않고 숙주세포 바깥에서는 생식을 할 수 없으므로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제목에서 언급한 불은 생명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가스레인지의 화구를 끄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지구 밖 거대한 초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다면 오히려 위에 제시한 생명체의 기준조차 협소하기 그지없다. 아주 먼 곳에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생계를 구축하고 살아가는 우주 생명체를 찾으려 한다면, 생명의 혹은 생명체의 기준은 좀 더 포괄적일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인식체계는 팔다리가 달려있고, 눈이 두 개이고 머리를 가진 것들을 우리와 비슷한 개체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로봇 조차도 사람처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성경에 신께서 우리를 그들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자신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반증이다. 


리쳐드 도킨슨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를 유전자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유전자는 큰 틀에서 DNA(또는 RNA)라는 분자구조를 기초로 삼고 있다. 바이러스나 기초 단위의 생명체들은 호흡조차 하지 않고도 생명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단백질의 기초대사는 가희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현상들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인간은 이것을 해석하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할애했음에도 이것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구권 생태계는 거의 모든 에너지와 원동력을 전적으로 태양에게 의존한다. 뿐만 아니라 태양은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에 에너지를 공급하며, 그 외 왜소 행성들에게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태양은 그 자체로도 절대적인 신의 상징이었으며, 역사의 기준이 되었다. 사실, 지금 우리의 시간 개념도 태양을 기준점으로 본다. 따라서,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으로부터 큰 신세를 지고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태양이 없었다면 우리의 생명체는 물론이거니와 지구 자체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밀키웨이 은하의 외딴 행성계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작은 별은 수소를 태우며 끝없이 타고 있는 불덩이일 뿐이다. 그럼 태양도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은 그 자체로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일 수도 있다. 우주의 넓고 광활함은 우리가 가진 상상력을 초월한다. 애초에 지구에 있는 무엇인가를 살아있는 존재와 죽어있는 존재로 구분하고 정의한 것 자체가 모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말하는 생명이 지구권을 벗어날 수 없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연약하고도 보잘것없는 지구의 생명체는 이 작은 항성에 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은 생명이라는 개념을 상상해 냈다. 그리고 그 인식을 지구권 밖으로 넓혀가려 한다. 우주에서의 생명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소심한 상상력을 조금 더 자극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Alexa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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