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금지된 진실(1) - 푸른 심연

실험실의 끔찍한 비밀과 기억 통제국의 정체

9화. 금지된 진실(1)

푸른 심연

특별 교육실의 열린 문틈으로 푸른빛이 쏟아져 나온다.  

금지된 기억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을 떠다닌다.  

임지현의 뺨을 타고 흐르는 푸른 눈물이 공중에서 증발하며 기억의 실타래와 뒤엉킨다.

[다중 기억 오염 경고]  

주요 오염원: A등급 기억  

부차 오염원: 임지현의 잃어버린 기억  

위험도: 최고 등급  

확산 범위: 반경 100m 이상  

경고: 즉시 대피/격리 필요  

카운트다운: 240초

"그날... 그날 실험실에서..."  

지현의 목소리가 떨린다.  

여러 목소리가 중첩된 듯한 공명이 복도를 울린다. 

"그들은 기억을 무기로 만들려 했어요.  

타인의 기억을 지배하고, 조작하고... 

그리고 저는..."

차단기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떼고  

그 대신에 지현의 기억과 반응을 시작한다.  

내 특별한 공명 능력이 미지의 영역으로 이끈다.  

눈앞에 푸른 잔상이 아른거린다.  

6개월 전, 지하 실험실의 모습이.

[공명도: 82% → 87% → 93% (급상승)]  

[기억 안정도: 38/100 (위험)]  

[정신력: 82/100 (감소)]

'진정해. 집중해. 잃어버리면 안 돼.'

"안돼요!"  

민준이 내 팔을 강하게 잡아당긴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다. 

"A등급 기억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됩니다.  

윤세아 팀장님도 그때..."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의식이 기억의 심연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지하 실험실의 모습이 선명해진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  

기억 추출 장치에 연결된 실험 대상자들.  

그리고 그들의 고통에 찬 비명.

[기억 재생 중]  

시점: 6개월 전  

장소: 지하 3층 실험실  

참가자: 연구원 7명, 실험 대상자 3명  

특이사항: 기억 무기화 실험  

경고: 극도로 위험한 기억

"그만... 제발 그만하세요..."  

실험 대상자들의 절규가 울린다.  

그들의 기억이 강제로 추출되고 있다.  

푸른빛을 띠는 기억들이 마치 피처럼 흘러나온다.  

연구원들은 무표정하게 데이터를 기록한다.

지현은 그곳에 있었다.  

신입 연구원으로서.  

그녀의 손에는 기록용 태블릿이 들려있다.  

떨리는 손으로 끔찍한 실험 과정을 기록해야 했다.

[실험 기록 발견]  

프로젝트명: Blue Memory  

목적: 기억 기반 정신 통제  

단계: 3차 실험  

성공률: 27%  

사망률: 46%  

특이사항: 피실험자 정신 붕괴 현상

"그리고 그날 밤..."  

지현의 목소리가 더욱 떨린다. 

"실험체 중 한 명이...  

그가 완전히 미쳐버렸어요.  

기억이 폭주하면서..."

내 의식 속에서 장면이 변한다.  

실험실의 붉은 경고등.  

비명과 혼돈.  

모든 것이 통제를 벗어났던 그 순간.

[위험 기억 감지]  

사건 유형: 기억 폭주 사고  

사망자: 4명  

부상자: 11명  

기억 오염도: 치명적  

현장 통제: 실패  

경고: 극도로 위험한 기억 파편

'이런 짓을... 이런 끔찍한 짓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는데,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진실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인가.

"그들의 기억이... 모두의 기억이 뒤섞이기 시작했어요."  

지현이 머리를 움켜쥔다.  

푸른 눈물이 더욱 빠르게 흘러내린다. 

"누가 누구인지... 어떤 기억이 진짜인지... 모든 것이 뒤섞이고..."

그 순간을 본다.  

폭주한 실험체의 기억이 마치 폭탄처럼 터져나간다.  

푸른 불꽃처럼 번지는 기억의 파편들.  

그것은 닿는 모든 이들의 정신을 좀먹어간다.  

연구원들은 자신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을 구분하지 못한 채 미쳐간다.

[긴급 상황 기록]  

시간: 23:47  

상황: 집단 기억 오염  

진행: 통제 불가  

조치: 정부 특수팀 긴급 투입  

결과: 강제 진압/기록 봉인  

특이사항: A등급 지정

"도망쳐야 했어요..."  

지현의 목소리가 흐려진다.  

"그날 본 것을...  

알게 된 것을...  

모두에게 알려야 했어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펼쳐진다.  

지현이 실험 데이터를 들고 도망치는 모습.  

그리고 그녀를 쫓는 정부 요원들.  

마지막 순간, 그녀는 기억 저장 장치에 자신의 기억을 급하게 복사했다.  

그리고...

"잡았습니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주사 바늘이 그녀의 목에 꽂힌다.  

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언젠가는... 진실이..."

[기억 단절점 확인]  

시점: 6개월 전 심야  

상황: 강제 기억 삭제  

집행자: 정부 특수팀  

방식: 선택적 기억 제거  

범위: 6개월 치 기억  

상태: 영구적 손상

"이제 모두 기억났어요."  

현재의 지현이 울먹인다. 

"그들이 왜 제 기억을 지웠는지...  

그리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때였다.  

갑자기 모든 비상등이 꺼진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오직 기억들의 푸른 빛만이 흐른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많이 힘들었겠네요."

윤세아였다.  

그녀가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평소의 따뜻한 미소는 사라지고, 차갑고 단단한 표정만이 남아있다.

[공명도: 95% (위험)]  

[기억 안정도: 30/100 (심각)]  

[정신력: 75/100 (감소 중)]

"세아 팀장님..."  

민준이 긴장된 목소리로 부른다. 

"이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세아가 천천히 걸어온다.  

그녀의 손에는 낯선 장치가 들려있다. 

"미안해요, 지현 씨. 하지만 이번에는...  

영원히 잊어야 할 것 같네요."

순간 강한 직감이 밀려온다.  

저대로 두면 지현은...  

지현의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기억만이 아닌, 그녀의 존재 자체가.

"안돼요!"

외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내 공명 능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공명도: 95% → 99% → 102%]  

[상태: 한계치 초과]  

[경고: 통제 불능 상태]  

[주의: 전례 없는 수치]  

[긴급: 즉각 조치 필요]

푸른 기억들이 나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마치 내가 이 모든 것의 중심인 것처럼.  

그리고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과연... 네가 해낼 수 있을까?"

모두가 그 목소리를 향해 돌아선다.  

어둠 속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  

정부 특수팀의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  

그의 가슴에는 [기억 통제국]이라는 뱃지가 달려있다.

"이제 시작이군요."  

남자가 미소짓는다.  

차가운 미소. 

"진정한 실험의..."

'전부 거짓이었구나. 기억 거래소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진실 앞에서 내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결의가 피어오른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알고 있는 이 진실을 지켜야 한다.  

푸른 기억의 파도가 내 주변에서 맴돌며 점점 더 강력해진다. 

[공명도: 105% (한계치 완전 돌파)]  

[기억 안정도: 25/100 (위험)]  

[정신력: 65/100 (급감 중)]  

[히든 스탯 - 진정성: 82/100 (급상승)]

이 모든 진실이,  

모든 기억이 사라지지 않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열쇠는 내 안에 있다.  

내 비정상적인 공명 능력이 이제 막 깨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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