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금지된 진실(2) - 한계를 넘어서

한계를 넘어선 공명 능력과 치유의 가능성

10화. 금지된 진실(2)

한계를 넘어서

"통제국의 요원이라..."  

윤세아의 목소리가 차게 식는다. 

"여기까지 오시다니."

검은 제복의 남자가 천천히 걸어온다.  

그의 발걸음마다 주변의 푸른 기억들이 일렁인다.  

마치 그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미확인 인물 분석]  

신원: 기억 통제국 소속  

등급: 최고 권한  

장비: 고급 기억 제어 장치 다수  

위험도: 극도로 높음  

경고: 접근 금지

'기억 통제국... 진짜 존재하는 거였어...'

내 주변의 기억들이 더욱 빠르게 맴돈다.  

처음 듣는 조직이지만, 이름만으로도 그 목적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진다.  

기억을 통제하고, 조작하고, 지배하는 자들.

"5년 전과 똑같군요."  

남자가 윤세아를 향해 미소짓는다.  

얼음장 같은 미소. 

"그때도 당신은 이렇게... 부하 직원들을 지키려 했었죠. 그리고 그 대가로..."

세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왼쪽 관자놀이의 흉터가 푸르스름하게 빛난다.

[기억 잔향 감지]  

대상: 윤세아  

사건: 5년 전 사고  

상태: 억압된 기억  

강도: 매우 강함  

특징: 트라우마 흔적  

연관: 현재 상황과 직접 연결

"하지만 이번엔 달라요."  

세아가 손에 든 장치를 작동시킨다.  

낯선 기계음이 울린다. 

"더 이상 실험체는 없어요. 이건 우리가 막아야 할..."

"실험체라고요?"  

말을 끊고 끼어든다.  

통제국 요원의 말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가슴을 관통한다. 

"지현 선배는... 우리는 그저 실험체인가요?"

[공명도: 102% → 105% → 108%]  

[정신력: 급격히 감소 중]  

[의식 상태: 불안정]  

[경고: 복수 기억 간섭 현상]  

[긴급: 즉각 격리 필요]

"놀랍군요."  

통제국 요원이 내게 걸어온다. 

"비정상적인 공명도... 타고난 기억 조작 능력...  

당신이야말로 우리가 찾던 완벽한 실험체..."

'실험체...'

그 말이 내 머릿속에서 울린다.  

그러니까 내 비정상적인 공명도는 우연이 아니었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움직이지 마세요."  

민준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하린 씨는... 하린 씨는 누구의 실험체도 아닙니다."

순간 내 머릿속에 과거의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그날, 병원 앞에서 민준이 했던 말.

"이제 끝내요. 당신을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의 진심이 아니었다.  

그저...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기억 진위 판정]  

대상: 강민준의 과거 발언  

상태: 강제 기억 조작 흔적  

목적: 대상자 보호  

주체: 기억 통제국  

실행일: 1년 전

'1년 전에... 민준 선배도 알고 있었던 거야?'

심장이 쿵쾅거린다.  

모든 것이 연결되기 시작한다.  

내 비정상적 공명도, 민준의 갑작스러운 이별,  

그리고 기억 거래소에 입사하게 된 이유까지.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이제 기억났어요."  

내 눈에서 푸른 빛이 번진다.  

"그날... 민준 선배도 기억을 지웠던 거죠? 저를 지키기 위해서..."

통제국 요원이 박수를 쳤다.  

"역시... 당신의 능력은 특별해요.  

기억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지워진 진실까지 보는 능력이라니."

그때였다.  

지현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에서 기억들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긴급 상황]  

기억 폭주 현상 발생  

진원지: 임지현  

확산 속도: 초당 10m  

위험도: 치명적  

경고: 6개월 전 사고 반복 가능성

"안돼..."  

세아가 중얼거린다.  

"5년 전처럼... 6개월 전처럼..."

모든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5년 전, 세아의 사고. 6개월 전, 지현의 기억 삭제.  

그리고 1년 전, 민준의 선택까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공명도: 108% → 115% → 120%]  

[상태: 전례 없는 수치]  

[특이점: 기억 안정화 현상 발생]  

[주의: 미확인 능력 발현]

'이제... 내 차례야...'

심장이 요동친다.  

주변의 기억들이 마치 내 의지에 반응하듯 움직이고 있다.  

내 능력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그것은 기억을 지우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치유다.  

회복이다.  

그리고 진실이다.

"이제..."  

천천히 걸어나간다.  

내 발걸음마다 기억들이 잔잔해진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필요 없어요."

[한계 초월 현상]  

공명도: 120% (측정 한계 초과)  

상태: 미확인 능력 발현  

특이사항: 기억 통합 현상  

주의: 정신력 위험 수준

"하린 씨, 안돼요!"  

민준이 외친다. 

"당신의 정신이... 당신의 기억이 망가질 거예요!"

하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지현에게 다가간다.  

폭주하는 기억의 폭풍 속으로.

"괜찮아요, 선배."  

지현의 손을 잡는다.  

따뜻하게. 

"이제 도망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우리가 모두의 기억을 지켜줄 거예요."

놀랍게도 지현의 기억 폭주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내 특별한 능력이 모든 것을 진정시키고 있다.  

분노와 고통으로 가득했던 기억들이 잔잔한 호수처럼 변한다.

[미확인 현상 발생]  

현상: 집단 기억 안정화  

범위: 전역  

강도: 불가측  

특이점: 자연 치유 현상  

비고: 최초 기록

'이게 내 진짜 능력이구나...'

거대한 깨달음이 밀려온다.  

기억 통제국이 이용하려 했던 내 능력은, 그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통제를 원했지만, 내 능력의 본질은 치유였던 것이다.

"불가능해..."  

통제국 요원이 중얼거린다.  

그의 차가운 미소가 처음으로 흔들린다. 

"당신은... 기억을 지우는 게 아니라..."

"네."  

고개를 끄덕인다. 

"저는 기억을 지우지 않아요. 치유하는 거예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의 모든 기억들이 일제히 반응한다.  

A등급 보관소의 기억들, 지현의 잃어버린 기억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숨겨진 기억들까지.

[전례 없는 현상]  

현상: 집단 기억 공명  

규모: 측정 불가  

성질: 치유/회복  

영향: 영구적  

주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이게 바로..."  

마지막으로 말한다. 

"진정한 기억의 힘이에요."

푸른 빛이 모든 것을 덮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새로운 진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더 이상 통제나 억압이 아닌, 진정한 치유의 시작.

[공명도: 125% (최대 측정치 초과)]  

[기억 안정도: 45/100 (회복 중)]  

[정신력: 55/100 (안정화)]  

[히든 스탯 - 진정성: 95/100 (완성)]  

[신규 능력 해금: 기억 치유 (Lv.1)]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억눌려 있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상처받은 기억들이 치유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변하고 있다.

푸른 빛이 점점 더 강해지며 모든 것을 감싼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진정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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