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떨어지면> 넘버를 중심으로
2024년 3월 10일 레미제라블 마지막 서울 낮 공연을 보고 왔다. 내가 보았던 어떤 뮤지컬보다 연출이 몰입력있고 기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는 <해가 떨어지면>이었다. 이 넘버는 파리의 빈민들의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어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었다. 일할 곳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부랑자가 되고 매춘을 했다. 겨우 일을 구해도 뼈빠지게 일하면 빵 한 조각을 벌었다.
<해가 떨어지면> 에서 빈민들은 '언제 해가 뜰까',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죽지는 않을까'하며 고통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여러 배우들의 같은 색의 어두운 판초를 입고 구부정하게 몸을 숙인 채 노래했다.모두 무대 중심에 밀도 높게 모여 있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록, 끈적한 오물 덩어리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쩐지 경악스럽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비참함을 오히려 미워하게 되는 경험을 해버렸다.
항상 연민을 갖고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피는 무서운 게 아니라 아픈 것이고, 길에 죽은 동물의 사체는 슬프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면>는 마음에 노크를 한다. 사실 그런 장면을 보면 무섭고 징그러워서 뒷걸음질 치는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말이다.
나의 오빠는 길거리에 죽어 있는 동물을 보면 더 차에 치이지 않도록 옮겨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있었겠지만, 소리지르는 나 대신에 벌레를 잡아주고, 죽은 강아지 앞에서 우는 나 대신에 강아지를 묻어 주어야 하는 시간도 포함이었을 것이다.
입만 털지 않고, 어떻게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쓰고 이런 연출을 했다니! 다시금 열정이 차오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