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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잉 에브리 두 Feb 05. 2022

앤디 워홀 아저씨가 그린 꽃 어때?

아이들과 함께 팝아트 오마주(1)



팩토리에서 어시스던트들과 작업 중인 앤디 워홀의 '꽃'




앤디 워홀이 그린 꽃

앤디 워홀은 미술작품의 대량 생산을 통해 예술의 대중화를 선도한 현대미술의 대표 아티스트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이 아저씨를 아느냐고 사진을 보여주면 대체로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아직 아이들 사이에서 고흐만큼 유명하진 않은가 보다. 미국 사람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 사랑받는 아티스트라고 말해주며 캠벨 수프와 마릴린 먼노 실크스크린 작품을 보여준다. 새로운 것을 흡수할 때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인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더 잘 설명해줘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하나. “너희 팝아트라고 들어봤니?”






POP ART
Popular Art의 줄임말로 대중 예술을 말한다.





팝아트의 거장

오랜 시간을 들여 멋진 작품을 그려내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만 향유하던 전통 미술시장. 앤디 워홀은 반대로 쉬운 그림을 짧은 시간을 들이고 많이 생산해서 대중이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시도했다. 그 당시 미술 씬에서는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추상미술이 유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작가 내면의 감정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는 추상미술은 뿌리고, 튀기고, 붓는 방식으로 표현하여 특유의 분위기와 아우라가 있지만 관람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애매하고 모호한 면이 있다. 그런 와중에 앤디 워홀과 같은 아티스트들(대표적으로 리히텐 슈타인)이 만화풍의 그림을 패러디하며 등장하니 당시 상당한 이목이 집중되었을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던 앤디 워홀은 60년대 초반부터 ‘실크스크린’이라는 판화 방식으로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은 실크스크린으로 유명인들과 인기 캐릭터, 사랑받는 브랜드들을 소재삼아 쉽고 재미있게 작품을 이어갔다. 코카콜라와 캠벨 수프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좌-실제 캠벨 수프 통조림, 우-앤디 워홀 판화 (구글 이미지)
앤디 워홀_전시 사진 (연합뉴스)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생산

7살 아이도 쉽게 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


1960년대 그 당시 미국에서는 캠벨 수프는 대량생산의 전형이었다. 공장에서 캠벨 수프를 생산해내듯, 앤디 워홀도 판화로 캠벨 수프를 대량으로 찍어냈다. 예술과 상업 제품의 경계를 허무는 개념이었다. 판화의 여러 기법 중 앤디 워홀이 택한 ‘실크스크린’ 방식은 실크 틀에 이미지를 감광해서 구멍이 뚫리게 하고 그 구멍으로 판화 잉크를 지나가게 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스텐실과 비슷한 개념)이다. 실크스크린의 가장 큰 특징은 스케치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인데 색깔과 이미지 내용만 정하면 판 하나로 수십, 수백 장을 한 번에 찍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기법적인 특성을 살려 앤디 워홀이 색깔과 이미지를 정해주면 작업은 조수들이 했다고 한다. 이것은 예술가만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달리 말해 예술이 권위 있는 것이 아닌 대중적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실크 틀에 감광된 이미지에 색을 입히는 '실크 스크린' 작업 과정 ( Pinterst)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비즈니스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의 꽃, 

<히비스커스>

좌-앤디 워홀 '꽃' , 우-모델이 된 잡지 [Modern Photography] 6월호



앤디 워홀의 이런 실크스크린 작업으로 인해 그림도 못 그리는 비즈니스 맨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앤디 워홀은 그림을 정말 정말! 잘 그리는 사람이다. 그가 38년간 잡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을 때의 그림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상업 디자인을 전공한 앤디 워홀이 졸업 후 포트폴리오를 돌려 뉴욕 타임즈의 한 구두 회사 광고를 맡아 매주 게재하던 당시, 관계자를 사이에서 '구두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하니 분명 인정받는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어쨌든 그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지금의 앤디 워홀을 있게 해 준 대표작은 단연 실크스크린 작품 들이다. 그중 오늘 주제인 이 꽃의 모델은 우리가 차로 자주 마시는 '히비스커스'다. 이 작품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앤디 워홀이 이 작품을 위해 직접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모던 포토그래피'라는 당시 발간된 잡지에서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원작자에게 소송이 걸려서 이후부터는 항상 본인이 찍은 사진으로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앤디 워홀의 성격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좌 - 1964년 레오 카스텔리 화랑 앤디 워홀 개인전 전경, 우 - 7월 메이저 경매 LOT 66 추정가 KRW 18– 25억 (k옥션 블로그)  

2021년 7월 메이저 경매에서 18~25억 추정가를 받았다고 하니 앤디 워홀 사후 35년이 된 지금, 앤디 워홀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엄두도 낼 수없는 가격의 작품이 되어버린 점이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다.







아이들과 앤디 워홀 

오마주 클래스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했던 <앤디 워홀-flowers>는 아이들과 어렵지 않게 명화 오마주에 도전하기 아주 좋은 작품이다. 캔버스나 종이에 어두운 바탕을 칠하고 다양한 풀잎의 색을 만들어서 난도질하듯이 마구마구 선을 그어주면 반 이상은 원작의 느낌이 나온다.  




획을 마음대로 그어주면 되니,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을 없앨 수 있어서 좋다.




풀잎이 다 마르고 나면 꽃을 커다랗게 네 송이 그려주면 되는데 꽃 모양도 심플해서, 동그라미 다섯 개를 겹쳐 그릴 수 있도록 지도하면 쉽게 진행된다. 색깔을 입히기 전에 흰색으로 미리 칠해 놓자고 했더니 손가락으로 칠해도 되냐고 묻는 아이. 오히려 좋다.




우선 흰색으로 꽃잎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바탕색이 마른 후에 원하는 색으로 꽃을 칠해주면 너무나도 재미있게 명화가 완성된다. 



6세 아이의 앤디 워홀 flowers







꽃을 그리면 

기분이 좋거든요



깔끔한 엣지를 위해서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놓고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서 어두운 바탕-풀잎-꽃잎 순으로 그렸다.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있으니 풀잎 그리기는 더욱 과감해져도 된다. 




여기까지만 해놓아도 예쁘다. 꽃은 본래 색감이 예쁘고 화사하기 때문에 꽃 그림을 그릴 때 선택하는 색깔의 기준도 평소보다 화려해진다. 풀잎이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앤디 워홀의 여러 꽃 시리즈를 참고하여, 우리는 어떤 색깔로 작품을 꾸며줄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정말 화사하고 예쁜 색깔을 골랐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시선을 확, 사로잡는 형광 컬러를 쓴 그림을 보면 눈으로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입안에서 레몬, 오렌지 같은 상큼한 맛이 나는 것 같다. 







‘우연’이 주는 맛

이번엔 진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본 아이들. “우와, 선생님 이게 뭐예요?” 새로운 재료에 눈이 또다시 반짝인다. 스퀴즈(잉크를 미는 도구)로 실크판 위를 지나갈 때 시원하게 나는 쉭쉭- 소리와 느낌이 좋은 듯하다. 투명하게 비어있는 꽃 모양 실크‘샤’ 위를 색칠 공부하듯이 스퀴즈로 쓱싹쓱싹 채운다.



7세 앤디워홀 오마주 작품







6세 실크스크린





6세 작품







반복이 주는 힘

똑같은 그림을 그려서 함께 놓아도 지루하지 않고 계획된 연출 같아 보일 수 있는 그림이 얼마나 될까! 앤디 워홀의 그림은 똑같은 것을 함께 놓아도 지루하지 않다. 이미 똑같은 그림을 전시해놓고도 대박을 친 1964년 전시 사진을 이미 보았기 때문일까? 초등학생 자매가 만든 멋진 작품들도 창가에 나란히 놓으니 베란다가 순식간에 홈 갤러리가 되어버린다.




초3, 4학년 작품





나는 지루한 것을 좋아한다.
똑같은 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좋다.
-앤디 워홀-





역시 핫핑크를 쓰면 분위기가 러블리 해지는 것 같다. 미미나 쥬쥬 공주 인형의 집 같은 컬러. 풍선껌 같은 컬러. 그림이라서 마음껏 쓸 수 있는 색감이다. 




 오른쪽 하단에 이름까지 써주면 완벽한 완성이다. 언니와 동생이 완성한 멋진 오마주 작품.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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