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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잉 에브리 두 Feb 02. 2022

파란색에 다양한 이름

아이들과 25호에 그려본 한강 풍경화 



인테리어로 좋은 사이즈 캔버스 25호







캔버스 크기만큼

부쩍 큰 아이들

스케치북에 크레파스 말고, 색다른 재료

확실히 아이들의 1년은 어른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가지만 아이들은 1년 새 부쩍 성장해 있었다.  문득 전에 못하던 것들을 쉽게 해내는 것을 볼 때면, 그러고 보니 키도 좀 더 큰 것 같고 표현력도 늘어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하루는 아이들 어머님의 부탁으로 아버님 사무실에 인테리어용으로 걸어둘 조금 커다란 그림을 그릴 캔버스를 준비해 갔다. 어머님이 빈 벽에 "이~만큼 정도 되는 크기면 좋을 것 같아서요~" 표시해주신 사이즈대로 찾아보니 캔버스 25호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았다. 두 명의 아이가 하나의 캔버스에 한 마음으로 잘 그릴 수 있을까? 생각처럼 안되더라도 또 그만의 맛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 야심 찬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 제안하는 공동작업이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빠에게 줄 그림>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둘의 호흡은 척척 맞았다. 혹시나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으니 추상화 작품들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묻고, 예시 작품을 잔뜩 보여주며 시원시원하고 스트레스 없게 작업을 해보려 했는데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은 주제가 있다고 했다. 강이나 바다 같은 풍경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다. 난 또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잔뜩 호들갑을 떨었다. 마침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은 이날 따라 잔잔하게 흘렀다. 갑자기 듣기 좋은 재즈가 방 안에 퍼지는 것 같았다. 먼저 평소보다 커진 화면에 채울 두 세배 많은 양의 물감을 만들기로 하고 시작했다.






남녀노소 모두와 그림 그리는 수업을 진행해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재료와 대상을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들이라고 작은 종이만 주면 서운하고, 어른이어도 A4용지 이상 크기가 되면 스트레스받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은 사람 by 사람인 것 같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고유의 성향이 디테일하게 적용된다. 재료도 마찬가지이다. 어른들이 쓰는 크레파스도 매력적이고, 아이들이 쓰는 아크릴 물감도 독특하다. 아이들에게 늘 고민 없이 쥐어주는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를 벗어나서 다양한 재료와 크기를 경험하게 한다면 한층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캔버스에 하늘 색깔

담아보기

파란색에 다양한 이름


파란색은 예로부터 호불호가 없는 색깔이었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제각각이지만 가장 싫어하는 색깔에 파란색을 선택하는 사람은 잘 없다는 것이다. 자연과 닮아있는 색깔 이어서일까? 나 역시 파란색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시원하고 청량한 세룰리안블루(시아닌 블루)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아이들에게는 색깔의 본래 이름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림 그리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초록색에 가까운 파랑(프루시안블루나 시아닌 블루 같은 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파랑(울트라 마린)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순간이 온다면 아이들도 분명히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청명한 하늘 보기가 힘든 요즘, 마침 이날은 새파란 10월의 예쁜 가을 하늘이 인상적인 복 받은 날이었다. (세룰리안블루)




마음을 담은 물결

원근법을 이해시키기 좋은 풍경화



그라데이션은 이제 척척박사님인 아이들에게 이번엔 물결을 그리도록 했다. 몇 번의 시범을 보여주며 설명해주니 금세 잘 따라 한다. 원근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는데, 비정형의 파도 모양을 그리면서 원근법을 설명하니 설명하는 사람도 듣는 아이들도 부담이 없었다. 



 나에게 가까워질수록 크고 띄엄띄엄,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촘촘하고 얇게!




시원시원한 아이들의 손놀림에 보는 나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큰 물결은 '시옷'으로 그리라고 했더니 "이렇게요?" 하면서 손놀림이 바빠진다. 한 명은 나이프로 잔잔한 물결을, 한 명은 붓으로 가까운 물결을 표현해주니 생각보다 그 커다란 캔버스가 금방 채워진다. 이쯤에서 모델링 페이스트를 섞어주면 좋은데, 모델링 페이스트는 꾸덕한 제형의 미디엄(보조제)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색깔 크림치즈를 만드는 그런 느낌이다. 흰색 모델링 페이스트에 색소를 섞는 듯한 느낌으로 원하는 색깔을 만들어 캔버스에 올려주게 되면 독특한 마띠에르(재질감)가 생기면서 그림에 밀도가 덧 입혀진다. 더 잘 그리는 사람이 그린 듯한 그런 느낌!






모델링 페이스트를

사용하면 좋은 점

지루함이 없어진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체로 모델링 페이스트를 참 좋아한다. 아무래도 꾸덕한 제형 때문에 붓으로는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 나이프나 막대 같은 것으로 떠다가 바르듯이 작업하는 것이 좋은데 그런 면에서도 크림치즈를 빵에 바른다는 생각으로 다루면 쉬울 것이다.







"선생님, 손가락으로 발라도 돼요?"라고 묻는다. 얼마든지! 손가락으로 푹푹 떠서 캔버스 위에 얹어주면 훨씬 직관적으로 원하는 위치에 적절한 느낌을 주기 좋다. 그림에 사인까지 하고 나니 진짜 완성된 느낌이 난다. 제일 뿌듯한 순간. 뒤에서 들어볼래? 하니 아이가 쏙 감춰진다.










창 밖으로 보이는 시원한 하늘과 한강이 그대로 담겼다.

'잘' 그리려 한 게 아닌데도 이렇게 멋진 걸 보면 역시 즐거움이 먼저여야 하나보다.





어린이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려본 커다란 그림



        




과정 영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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