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로잉 에브리 두 Jan 31. 2022

내복 입은 어린이 아티스트

임인년 새해 작품들




내복 차림의 어린이 예술가

6세, 3세 작품


첫 사진으로 채택한 작품의 주인공은 내가 수업하는 아이들 중 가장 어린아이 들이다. 3세, 6세 남매인데, 올해 한 살씩 더 먹었지만 그래도 어리다. 올해 4살이 된 여동생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제대로 부른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니~’라고 불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또박또박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깜짝 놀랐었다. 말은 당연히 늘어야 하는 것이지만 더 이상 귀여운 ‘니~~’ 소리를 못 듣는 것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 동생은 아직 구사하는 단어도 몇 개 안 되는 그야말로 아기이지만 오빠가 하는 거라면 손동작 하나까지도 전부 따라 해야 할 정도로 에너지가 엄청나다. 손은 내 손바닥에 1/3 밖에 안되게 작은데 그 조그만 손의 야무짐 또한 보통이 아니다. 아직 원하는 색깔 이름을 몰라서 테이블에 물감을 모두 꺼내 보기 좋게 정렬해놓으면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서 쓴다. 대개 핑크 계열을 먼저 골라 쓰지만 중간중간 오빠가 무슨 색을 쓰나 예리하게 관찰하다가 오빠가 쓰는 색깔이라면 무조건 자기도 가져다 쓴다. 그래서인지 둘의 그림은 항상 어딘가 맞춘 것처럼 닮아있다. 나는 모든 어린이 예술가들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특히 미취학 아동의 드로잉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어린 만큼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이 작은 예술가들의 그림으로 포스팅을 시작한다.






동생은 오빠가 손에 쥔 새로운 것은 지금 당장 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오빠는 새로운 걸 손에 쥐자마자 항상 서둘러 동생에게 내어준다. 오빠는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데 자꾸만 빼앗기고, 동생은 자기도 써보고 싶은데 오빠가 좋은 건 먼저 알아보고 차지하니 답답하다. 역시 예술가의 길은 순탄치 않다. 동생도 오빠도 억울함은 매한가지이기에 요새는 재료를 두 개씩 챙겨가는 편이다. 3살의 나이차는 크지 않지만 6살 오빠는 언제나 형태를 멋지게 그려내고, 3살 동생은 아직 색깔, 선, 점으로만 표현한다는 점에서 발달면으로 꽤 차이가 나보인다. 하지만 동생도 항상 그리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제목이 있는 엄연한 Abstract Painting이다.



작품의 제목은 해돋이


코로나 이후로 집에 있는 일이 많은 아이들은 내복 차림으로 나를 맞이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미리 열려있는 현관문과 멀리서부터 “선생님~” 하는 소리가 참 반갑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남매도 있고, 자매도 있고, 형제도 있는데 그때마다 어렴풋한 나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내 동생도 그림을 그린다. 한 지붕 아래서 서로 보고 듣고 나누다 보니 영향이 미쳐진 걸까 우리 남매가 비슷한 성향인 걸까. 내가 7살 즈음, 너무 소중해서 아끼고 아끼면서 조금씩 칠하던 내 미미 공주 컬러링북에 4살 아래 그 당시 3살짜리 내 동생이 파란색 색연필로 미미 얼굴에 마구 난도질을 해놨던 일이 있다. 끔찍한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울면서 소리 질렀고 어렴풋한 기억으론 분노에 못 이겨 때리기도 했던 것 같다. 최근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동생은 기억도 못한다. 4살이나 어린 동생을 어릴 때 나는 여러 방면으로 많이도 괴롭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새 그림 그리는 것을 직업 삼은 동생을 보면 이상하게 목구멍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최근엔 동생이 서일페에 참가한다길래 내가 들떠서 이것저것 오지랖을 부려보았다. 나이가 이만큼 먹고 나니 도와주는 것도 어릴 때처럼 함부로 하기가 어려워 눈치 보며 도왔지만 어쨌든 앞으론 도우며 즐겁게 살고 싶다. 2022 새해엔 이쪽 지붕, 저쪽 지붕 아래 남매 아티스트들의 멋진 성장이 있겠지!




아이들은 여기저기 물감이 묻은 내복을 작업복 삼아 입고 그림을 그린다.




7세 작품


여기 또 미취학의 그림을 제일 좋아한다는 어린 아티스트가 있다. 아이 할머니가 말씀해주시길 “아유~ 애가 수업하기 이틀 전부터 요일을 체크하고 두 밤 자면 선생님 오시냐고 하고, 오늘도 계속 시계만 봤어요~” 아이가 일주일 동안 나만 기다린다고 전해주신다. 처음에는 기분 좋으라고 해주신 말씀이겠거니 했는데, 매번 갈 때마다 이야기해주시기도 하고 퇴근하고 오신 어머니도 똑같이 이야기해주시는 걸로 봐서 정말 그런 것 같다. 왜 미술시간을 그토록 기다리는 걸까. 어린 영혼이 나를 매주 기다린다는 이야기는 정말 벅찬 감정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는다. 내가 기다려지는 존재가 되다니. 더 진심으로 대해줘야겠노라 다짐한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은 앞으로 수많은 선생님을 만나게 될 테지만 훗날 아이들의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내가 친절하고 다정하고 여유가 있던 미술 선생님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해돋이를 왜 보러 가냐는 물음에
새해에 처음 뜨는 해를 보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고,
에너지를 충천하려고 해돋이를 보러 가는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선배 예술가도 작업복은 내복


나는 가정방문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서로를 모른다. 가끔 사진첩에 참고 이미지들을 보여주다가 다른 친구 사진들을 보게 되면 관심을 갖는 쪽은 주로 고학년들이다. “이건 누가 그렸어요?”, “ 얜 몇 살이에요?”뿐만 아니라 “선생님은 몇 명 가르쳐요?”, “저희 수업 끝나고 또 수업 있으세요?” “선생님 미대 나오셨어요?” 등 미취학 아기들에게 받아본 적 없는 다양한 질문을 쏟아낸다. 나랑 대화를 하려는 것이 뭔가 여유가 넘치는 선배다운 느낌이 묻어난다. 주로 4, 5학년들이다.


4, 5학년 작품


확실히 견고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고학년들의 작품은 완성할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나와의 수업이 일 년이 넘은 이 아이들은 물감과 붓을 꾸준히 써서 이젠 제법 잘 다룬다. 붓이 손에 익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렇게 금방 얇은 선을 잘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역시 아이들의 습득력은 참 빠르구나 감탄한다. 새로운 재료를 가져가면 금세 익히니 나도 망설임 없이 다양한 재료로 수업을 하는 편인데 파스텔, 아크릴 물감, 잉크 등 학교에서 잘 안 해봤음직한 재료들로 그림을 그리면 몰입도가 생긴다. 아이들이 “우와, 이건 뭐예요?” 라며 신기해하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 같은 뿌듯함에 마치 내가 재료를 만들어낸 사람처럼 즐겁기도 하다. 내 눈엔 모두가 정말 예술가 같다. 그러데이션도 잘하고 형태력도 좋다고 자주 칭찬해주니 아이들이 이젠 자신감이 붙어서 주제를 던져주면 도전정신을 가지고 충분히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려고 열정을 낸다. 역시 고학년은 다르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집에서는 내복을 입고 있다. 물감이 여기저기 묻기 때문에 작업복 삼아 입는 것 같지만 그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들 같아 참 귀엽다.




해돋이 그림 과정샷


근사한 해돋이 그림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는 조금 커 보이는 붓을 잡고 열심히 그러데이션을 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그리자고 해도 “어머, 선생님 너무 좋은 생각인데요?” 라며 손뼉 쳐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붓을 잡는 것이 아직 능숙하진 않지만 표현은 아주 척척 해낸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어김없이 오늘 그림이 제일 멋지다며 행복해한다. 핫핑크와 노랑을 섞어 만든 해 주변 색깔이 포인트.

1학년 작품




NEW YEAR

임인년 새해를 담은 작품들

한 살 더먹는 떡국 그림
7세 작품

호랑이와 복주머니를 합쳐서 만든 이미지들. 각자의 표현 법대로 완성한 그림을 보면 신기하고, 대단하다.









이상 아이들의 새해를 표현한 작품들.

쭉 모으다 모니 너무 길어져 다 올리지 못해서 아쉽지만 아이들의 창작활동을 계속되니까. To be continue.
마무리는 저의 신년 일러스트로 인사드릴게요.

드로잉 에브리 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의 이전글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