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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r 21. 2023

새우를 품은 돌 하나 줍다

수석 이야기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을 못한다기 보다도 의지박약으로 시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분기별로 모집하는 사내 헬스장 사용료는 빠짐없이 지불하면서도 운동을 안 한다.

무엇이든지 시작만 하면 오랫동안 유지하는데 시작이 어렵다.  

덕분에 몸은 비만해지고 무릎 관절이 시리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걷는 것이다.

마침 회사 근처에 도심 공원이 있어서 매일 점심시간에 가서 걷는다.

예전 미군 캠프자리를 공원으로 만든 것이라 제법 넓다.

덕분에 하루에 만보는 걷는다.


구역별로 나뉘어 심어진 여러 종류의 나무들 사이에 벤치가 있다.

공원 내 작은 연못들에는 물고기가 논다.

큰 연못 한편에는 모래밭이 조성되어 있어 해변을 연상케 하고

다른 한편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에 정자가 있다.

정자 밑에는 까만 조약돌과 하얀 조약돌이 놓여 있다.


빠른 걸음걸이로 등에 땀이 찰 즈음에

잠시 휴식을 위해 정자 쪽으로 향했다.

이틀 동안 정자밑 그늘에서 땀을 말리며  

허리를 구부려 밑에 깔린 조약돌을 살펴보았다.


과거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과자나 작은 액세서리를 기념품으로 사 오곤 했다.

먹어 없애거나

거실 선반에 보관했던 기념품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렸다.


라오스에 갔을 때 우연히 석인석 하나를 발견했다.

돌 안에 다른 돌이 박혀 있는 이 석인석을 볼 때마다

라오스에서 둘러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것이 나의 돌 수집 계기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바르셀로나 몬세라트 산 정상, 중국 태항산, 홍콩,

카리브해 아이티 공화국, 대마도, 제주도 등에 갔을 때의

기억과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돌들이 집 거실 한편에 있다.

우수아이아, 태항산의 추억이 담긴 돌

도심지 공원을 걷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땀을 식히던 정자 밑에서 돌 하나 줏었다.

선명한 눈, 여러 개의 다리와 꼬리를 파닥이며

굽은 허리로 바다를 차올라와

까만 돌 안에 갇힌 새우 한 마리를 발견했다.


부산 공원에서 줍다. 바다위로 차오른 새우와 튀긴 물방울들


훗날 이 돌을 보면서

부산 도심의 한 공원을 걷던

직장을 다니던 젊은 나를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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