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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12. 2023

팔이 저리도록 손맛을 즐길 수 있는 낚시터는 어디?

언제든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참돔과 부시리를 마음껏 잡을 수 있는

다대포 항구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부산에 사는 아마추어 낚시꾼에게는 대단한 행운이다.


그러나 지난 3여 년간

다대포 앞 바닷속에도 코로나가 와서 물고기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지

마음먹고 가는 출조마다

참돔 한 두 마리 또는 꽝 치는 날이 거듭되고

심지어는 외섬 물골의 거센 파도로 뱃멀미까지 나는 경우가 있어

다대포를 찾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인생사 즐거움 중 하나였던 낚시가 이렇게 사라지나 싶었다.


5월 초 어버이날 고향에서 만난

형님과 세상사 얘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낚시 얘기가 나왔고

바로 다대포 삼성낚시점에 전화해서 출조를 예약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오던 출조 며칠 전

그날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로 예약이 취소되었다.


허망한 , 사는 즐거움이 이렇게 사라지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닫혔던 뱃길이 다시 열린 대마도가 떠올랐고

유튜브 마도삼촌에서 낚아내는 돌돔과 긴 꼬리 벵에돔이 아른거렸다.

바로 이즈하라에서 낚시 민숙을 하고 있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대마도 출조를 예약했다.

마도삼촌 도 씨는 과거 몇 차례 함께 낚시를 즐긴 사이다.



이즈하라 여객터미널에서 3분 거리에 있는

마도삼촌의 쿠타 민숙집  인근 갯바위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난 후

드디어 대물을 낚는 희망을 품고 선상 낚싯배에 올랐다.

남쪽 포인트는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거친 파도와 깊은 심해와 접해 있어서

거물급이 올라오는 곳으로 대마도에서 선상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이 찾아가는

꿈의 낚시터이다.


심한 지각변동으로 거대 바위들과 용암이 뒤섞여 함께 굳어버린 을 옆에 두고

웅얼대는 파도가 이는 물골 200여 미터 앞에 배를 세우고

5호 목줄에 매달린 참돔 13호 낚싯바늘에 새우를 끼워 첫 캐스팅을 했다.


얼마동안은 소식이 없었다.

조류에 따라 흐르는 밑밥과 낚싯바늘이 동조되고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새우에 회가 동한 벵에 떼가 몰려오면서

푸른 빛깔의 예쁘고 날렵한 바다의 신사 30cm 후반대의 긴 꼬리 벵에돔이 주류를 이루어 올라오고

힘을 받는다 싶으면 40cm대 놈들도 심심치 않게 낚싯바늘에 주둥이가 꽂혀 올라왔다.

깊은 물속에서 왕성하게 먹이활동을 해 빵빵한 돼지가 된 긴 꼬리 벵에돔의 입질에

팽팽한 긴장감으로 맞선 낚시꾼은 마침내 물 밖으로 물고기의 얼굴을 끌어올린 후

살짝 긴장을 풀면서 대마도까지 온 이번 낚시 여행에 만족감을 느낀다.

잔뜩 영양분을 비축한 빵이 좋은 긴 꼬리 벵에돔의 기름진 회 맛이 순간적으로 스쳐갔다.

50cm가 넘는 놈들도 두세 마리 걸렸다.



점심 식사 후 조류의 흐름이 약해지자 선장은 다음 포인트로 배를 돌려

등대 밑 검푸른 물이 흐르는 직벽을 마주 보는 자리에서 배를 멈추었다.

돌돔의 명수 마도삼촌이 하선해서 돌돔을 낚고 싶어 할 정도로

낚시 명당터로 보이는 작은 섬을 앞에 두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같은 바다 곳은 조류가 잦아들

가까운 다른 곳은 낚싯줄을 잡아 통제해야 할 정도로 유속이 빠른 곳이 동시에 공존하니

언제든지 포인트를 옮겨 다닐 수 있는 이곳은 낚시 명소의 천연 조건을 갖추었다.

더군다나 대마도 관할 기관에서 곳곳에 인공어초를 설치해서

안정적인  해양생태계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생산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대마도의 바다에 대물과 어족자원이 풍부하게 만들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황 조건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새로 이동한 포인트에서는 한동안 부시리가 득세했다.

좌우 바다로 째는 강한 힘과 맞서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물을 대비한 8000D 릴과 5호 밑줄을 준비한 사전의 채비 덕분이었다.

낚싯대의 방향을 바꿀 정도로 강한 힘으로 버티는 놈의 강력한 몸놀림과 대치하여

팔뚝에 성난 힘줄이 일도록 온전한 손맛을 느끼며 강제 집행해서 끌어올렸다.

간혹 대물 긴 꼬리 벵에돔이 걸려 몸부림을 칠 때 주둥이 옆 날카로운 비늘에 쓸려

칼에 베인 듯 낚싯줄이 잘려나가는 경우가 있었더라도

이미 어창엔 긴 꼬리 벵에돔이 빽빽이 담겨 있으니

부시리는 가끔씩 올라오는 30cm 이하 아기 벵에돔과 함께 방류되었.


다섯여섯 마리의 부시리가 잡히고 말더니 물러가고

다음에는 어린 벤자리 아롱이를 닮고 등에 줄무늬가 선명한 푸른 어종이 올라왔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놈들이 물속 상층에 떠다니며 새우를 주워 먹고 있어서

푸른 어종을 뚫고 낚시 바늘이 벵에돔이 머무는 수위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힘들었던지

한동안 벵에돔 대신 이들 어종이 주로 잡혔다.

어쩌면 '잡힌다 하더라도 살려 준다'는 소문을 들었던 모양인지

푸른 어종은 잡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앓고

뱃전 수 미터 아래에서 유영하면서 밑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책으로 새우를 낀 낚시 바늘을 수면에 흘리자마자

바로 낚싯줄 20여 미터를 풀고 초릿대를 물속 깊이 박아

미끼가 벵에돔이 머무는 층에 이르도록 시도했다.

간간이 긴 꼬리 벵에돔이 물리는데

좌우로 째는 방향전환이 자유롭고 버티는 힘이 강해 부시리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검푸른 깊은 바다와 빠른 해류가 벵에돔으로 하여금 부시리급 힘을 키우게 한 모양이다.


낚싯줄이 충분히 풀려서 직벽에 닿을 쯤에 강한 입질이 있어

채비를 신뢰하고 강제집행해서 끌어올리니 50cm 가까운 참돔이었다.

잠시 후 다시 강한 어신이 왔고 묵직하게 릴링을 하는 동안

쿡쿡 쥐어박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어 '참돔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60cm가 넘는 예쁜 참돔이었다.



다대포나 제주도에서 참돔을 목표로 낚시를 할 때는

행여 벵에돔이 물리기를 기원하더니만

벵에돔을 주 타깃으로 낚시하는 이곳에서는 다시 참돔이 낚이기를 희망하니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충분히 잡았고

왼손이 저리도록 손맛을 단단히 보았으니 철수하기로 했다.


어창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오늘의 수확물을 뜰채로 뜨서

아이스 박스에 담으려는 순간 저항하며 퍼덕이는 벵에돔의 힘찬 시도로

박스 안을 탈출하는 벵에를 몇 번이고 다시 퍼 담아야 했다.

76리터 아이스박스 2개가 긴 꼬리 벵에돔으로 가득 찼다.



선박 회사에서 배에 싣는 개인당 허용하는 아이스박스를 35리터 이하 2개로 제한해서

이 많은 물고기를 어떻게 한국으로 공수할지 한 참을 고민했다.


저녁으로 맛있는 초밥을 먹고 난 후

선창가에서 밤늦도록 칼로 찌르고 다듬어

35리터 아이스박스 4개에 모두 구겨 넣었다.

손질하는 칼날에 하얀 기름이 묻어나고

등뼈 가까이에 두툼한 기름덩어리가 쌓인 긴 꼬리 벵에돔을

부득이 횟감으로 챙겨갈 수 없는 안타까움이 컸다.

부산에서는 한 마리에 십수만 원을 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감인데......


풍족한 어획으로 다음날 갯바위 낚시는 포기했다.

마도삼촌의 쿠타 민숙집의 골목길을 돌며

텃밭을 겸한 정원을 가꾸는 일본인의 사는 모습을 엿보고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인근의 신사에 들렸다.

게 눈 감추듯 빠르게 몸을 숨기는 빨간 산 게의 몸놀림과

수백 년은 족히 보이는 고목이 뻗어 올린 힘찬 넝쿨과

다음 손님을 위해 살려놓은 선창가 벵에돔의 수련한 자태를 내려다보면서

이번 여행이 주는 만족감에 감사했다.



친절한 마도삼촌, 정갈한 음식을 준비한 마도언니,

민숙집 인근의 맛있는 덮밥, 그리고 스시야의 초밥.

탱글탱글한 새우에 불향을 입히고 마요네즈와 마늘로 맛을 낸

스시야의 새우초밥은 오랜만에 맛을 최고로 끌어 올린 수작을 만난 기분이었다.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온한

마도삼촌의 쿠타 민숙집은 요양을 겸한 짧은 휴가에도 손색이 없고

낚시 민숙집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평생동안 돌돔과 강담돔을 지난 몇 년간에 모두 뽑아 올린 노련한

마도삼촌이 직접 뒷바라지한다.



참으로 즐거운 낚시 여행이었다.


이제 친구와 이웃에게 이 많은 조과를 어떻게 나누어 줄까 하는 고민만 남았다.

귀한 긴 꼬리 벵에돔을 일반 생선쯤으로 여길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살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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