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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재영
Jul 18. 2024
봄 텃밭갈기 이후
텃밭 가꾸기
[24. 3월 초]
비도 오락가락하고
아침저녁에는 제법 쌀쌀하지만
오는 봄은 막을 수 없나 보다.
낮에는 겉옷으로 걸친 겨울 잠바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오랜만에 양산에서 막내와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낮은 담벼락 넘어 집마당 한구석의 밭을 뒤집고 감자를 심는 농부를 본
아내가
'봄맞이 행사로 텃밭을 갈고 거름을 주는 것이 어떠냐?'라고 제안했다.
몇 년 전부터 아내는 친구 소유의 야산을 일구어
상추와
들깨를 키우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
호미 하나로 일구어 놓은 텃밭은 두 평도 되지 않아 보였다.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게 할 작정으로
삽으로 흙을 뒤엎을 때마다 커다란 돌멩이가 받혀서 밭을 일구기가 쉽지 않았다.
야산 표면만 호미로 파고 씨앗을 뿌려 푸성귀를 얻어 낸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땅을 뒤집고 거름을 섞어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물 빠짐이 좋도록 고랑을 높이고 텃밭도 한 평 더 넓혔다.
농사가 쉽지 않다.
고작 세평 남짓한 밭을 고르는 일이지만,
허리가 저리고 팔이 당기고 손바닥에 물집이 잡힌 듯 아렸다.
그래도 두 시간 땀을 흘리면서 올 한 해 텃밭을 가꾸는 재미를 얻기 위해
씨앗을
뿌리고
풍성한
작물을
가꿀
준비를 했다.
쑥갓과 상추 씨앗을 뿌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상추 모종 6개를 사서 심고
대파, 고추와 가지 모종을 사서 심었다.
쑥갓과 상추는 잘 자랐고
매일 싱싱한 푸성귀로 쌈밥을 즐겼다.
늦봄에 호박, 오이, 토마토 모종을 사서 심었다.
요즈음 매주 고추와 오이 서너 개를 따서 생 것으로 먹기도 하고
호박잎을 따와 쪄서 강된장찌개와 함께 먹는다.
어릴 적 어머니가 그러셨듯이 찐 호박잎을 먹을 때는
강된장 한 숟가락에 고추장을 조금 추가한다.
그래야 얼큰한 맛이 보태져 맛이 풍부해진다.
여름이 깊어지면서 비가 잦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텃밭을 가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깔끔했던 텃밭에 잡초가 무성해지지만
비와 모기를 핑계로 텃밭을 돌보는 것이 소홀해졌다.
겨우 고추, 오이와 상추를 따러 가는 것이 고작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했는데...
때때로 마음은 텃밭을 찾고
영양분이 부족한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에게 줄
유기질비료
혼합
유박을 주문하고
마요네즈와 주방세제 몇 방울을 섞어 병충해 방지액을 만들었는데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아 텃밭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모기와 비는 핑계일 수도 있다.
키우는 재미와 싱싱한 푸성귀를 수확해서 먹는 맛은
텃밭에 기울이는 관심과 직접
흘리는
땀의
대가이다.
현대적 삶과 인터넷 공간에서 얻는 짧은 만족감과 달리
텃밭을 일구는 기쁨은 깊이와
크기
가
다르지 않는가?
순수함으로 행복과 평화를 느끼는 시간이라 귀하게 여기지 않았는가!
소중한 것은 그저 얻어지지 않는다.
시간을 내고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더 소중해지는 법이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얼마 전 멧돼지가 들어와서 파헤쳐 놓은 밭도 고르고
꽃을 맺기 시작한 쑥갓을 뽑아낸 한 뼘 공터에 가을배추 모종도 심어야겠다.
풍성귀가 귀하고 비싸지는 가을에
직접
기른
농작물을
풍성히
즐기려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
씨 뿌린 자만 수확을 할 수 있는 법.
텃밭 가꾸기는 유기농 푸성귀뿐 아니라 순수한 기쁨과 재미를 더해주니
이 보다 더 좋은 선택과 집중이 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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