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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May 11. 2023

<1429> 리뷰

이연 지음


태그 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이름인지조차 알 수 없는 (그리고 아닐 것 같은) 필명 이외에는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 표지. 


열 네 살에서 스물아홉 까지 계속된 기록에서 한결같이 느낄 수 있던 감정은 '불안'이다. 그 불안의 시작은 남들과 조금 다른, 그러나 숨겨야 했던 성적 지향에서 나온다. 네가 어떠한 삶을 원하듯,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고 반듯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라는 도덕선생님의 말을 책을 덮을 때까지 곱씹게 된다. 


공교롭게도 지인 중에 커밍아웃을 하고 결혼을 하였으며, 책까지 내고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세상의 기준으로 분명하게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했고, 반듯하고 성실했다'. 그녀를 떠올리는 건 방향의 옳고 그름이나 평가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받기 위함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가 느껴져서다.


되려, 저자가 성소수자인지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둔 정상이라는 틀은 견고할뿐더러 섬세하다. 선천적으로, 또는 자라면서 무언가 어긋난 사람들에게는 항상 그 틀에 맞아야 한다는 '불안'이 자리 잡을 뿐이다.


누군가 저자에게 10대나 20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절대로 아니라고 할 것 같지만, 세월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볼 지금의 30대는 돌아가고'는' 싶을 정도로 살아가시길 바라본다.



'내가 꽂힌 이 문장은 왜 나오게 된 것일까, 어떻게 이어질까?' 이런 고민보다 그냥 내게 이 책은 이 한무단으로 완벽한 것이다. 그래서 살 수밖에 없는 그런 책들이 있다. 사실 사람도 책과 비슷한 것 같다. 어떤 하나의 매력이 누군가에겐 그 사람의 전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포인트는 누구나 갖고 있다. 다만 쉽게 찾지 못할 뿐. (2016년 10월 4일)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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