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초코숲 Jun 06. 2023

창백한 푸른 점

이 매거진의 마지막 글

이제 정말로 출근이 하루 앞이다. 아직 실감은 잘 안 난다. 늘 그랬듯 어느새 적응하겠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떠나보내는 마지막 날이 아쉬워 아침 일찍부터 집 앞 천변을 뛰었다. 한때 하루하루 침대 속에서 무의미하게 보냈던 날들이 떠올랐다. 아깝게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오늘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으로 좋게 좋게 생각해 본다.


지금 올라오는 불안은 당장 내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시 인생이라는 커다란 레이스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힘 빼자. 편하게 생각하자. 놓아버리자고 계속해서 다짐하지만,  회사라는 그리고 사회라는 소용돌이에서 이 악물고 버텨내려 했던 모습이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집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정비했다. 그중 하나가 계절에 맞지 않게 안방 문 앞에 붙어있는 죠르디 크리스마스 장식을 바꾸는 것이다. 부부가 각자 원하는 포스터를 하나씩 사기로 했다. 문득 떠오른 사진이 하나 있었다.

출처 : NASA 공식홈페이지

해왕성을 지난 보이저 1호가 마지막으로 방향을 돌려 찍은 지구의 모습. 우리의 모든 삶이 이루어지는 티끌만 한 점 하나. 마침 복직 전 마지막으로 오전 요가수업을 갔을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우리가 아등바등하면서 사는 곳도 비행기 위에서 보면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글을 쓰기 전, 지난 1년간 우울함에 대해 쓴 글을 되돌아봤다. 담아두고 싶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작년 일들이 거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저 남겨진 기록을 통해 작년의 내가 겪었던 고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글쓴이는 그 자신을 완전히 탈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일이었다. 너무 일찍 나타나 삶의 방향타를 휘어놓지 않았고, 너무 늦어 지금과도 비교할 수 조차 없는 허무함에 고통받지 않았다. 


하늘이 무척 맑다. 작년에도 그대로였겠지만 느끼지 못했던 초여름을 받아들이며, 마지막 만찬으로 무얼 먹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지금, 여기, 오늘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 끝, 그러나 브런치는 계속될 것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