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의 마지막 글
이제 정말로 출근이 하루 앞이다. 아직 실감은 잘 안 난다. 늘 그랬듯 어느새 적응하겠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떠나보내는 마지막 날이 아쉬워 아침 일찍부터 집 앞 천변을 뛰었다. 한때 하루하루 침대 속에서 무의미하게 보냈던 날들이 떠올랐다. 아깝게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오늘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으로 좋게 좋게 생각해 본다.
지금 올라오는 불안은 당장 내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시 인생이라는 커다란 레이스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힘 빼자. 편하게 생각하자. 놓아버리자고 계속해서 다짐하지만, 회사라는 그리고 사회라는 소용돌이에서 이 악물고 버텨내려 했던 모습이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집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정비했다. 그중 하나가 계절에 맞지 않게 안방 문 앞에 붙어있는 죠르디 크리스마스 장식을 바꾸는 것이다. 부부가 각자 원하는 포스터를 하나씩 사기로 했다. 문득 떠오른 사진이 하나 있었다.
해왕성을 지난 보이저 1호가 마지막으로 방향을 돌려 찍은 지구의 모습. 우리의 모든 삶이 이루어지는 티끌만 한 점 하나. 마침 복직 전 마지막으로 오전 요가수업을 갔을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우리가 아등바등하면서 사는 곳도 비행기 위에서 보면 작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글을 쓰기 전, 지난 1년간 우울함에 대해 쓴 글을 되돌아봤다. 담아두고 싶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작년 일들이 거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저 남겨진 기록을 통해 작년의 내가 겪었던 고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글쓴이는 그 자신을 완전히 탈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언젠가 한 번은 겪을 일이었다. 너무 일찍 나타나 삶의 방향타를 휘어놓지 않았고, 너무 늦어 지금과도 비교할 수 조차 없는 허무함에 고통받지 않았다.
하늘이 무척 맑다. 작년에도 그대로였겠지만 느끼지 못했던 초여름을 받아들이며, 마지막 만찬으로 무얼 먹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지금, 여기, 오늘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 끝, 그러나 브런치는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