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이랑 에어리얼 댄스 한달 후기
새벽에 얼핏 깬다. 오줌보의 압박에서 오는 느낌보다 손가락 마디마디의 놀라울 정도의 뻣뻣함이 내 잠결의 무의식에 먼저 도착한다. 침대에서 화장실로 가는 그 몇 안되는 거리를 가면서 손을 스트레칭한다.
- 이걸 계속 할 수 있을까?
에어리얼 댄스를 시작한 이후 내 모든 근육의 뻐근함이 모두 손가락으로 쏠린것 같다. 아무래도 이 나이에 뭔가 몸을 써서 하는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무리였던 것인가.
자꾸 뒤집는 동작에 메쓱거리고, 스트레칭 힘들고 아프다.
등이 여전히 쑤신다. 무엇보다 손이 무척 아프다.
아침에 일어날 때 손가락 관절 관절이 모두 아프다. 그 전날 라면을 먹은 것도 아닌데, 손이 쥘 수도 없을 정도로 퉁퉁 부은 느낌이다. 손도 엄청 아프다.
뭘 하나 배우고 공중에서 허우적 대고 나면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든다.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애들한테 엄마의 도중하차에 대해 말했더니 반대한다.
- 엄마, 우리가 어떻게 일주일에 3번을 해~
남편한테도 그만 두고 싶다고 했더니
- 계속 같이 해봐. 애들이랑 엄마가 같이 하면 좋지.
그래... 우선은 내가 같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덜컥 시작했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네.
3주차에는
수업이 있는 날이다. 무섭다. 또 너무 아플까봐.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든다. 남편한테 나 그만 두고 싶다고 했다.
- 너무 힘들면 그만 둬.
그랬더니 조금 오기가 돈다. 남편이 하라면 안한다고 엄살 피고 하지 말라면 오기가 난다는.
스트레칭이 도를 더해간다. 헉헉하면서 무릎을 펴가며 열심히 찢고 있는데, 우리 셋째가 옆에서 요령을 피우며 무릎을 굽히고 있다. 눈을 부라리며 '너 똑바로 해~' 하니까 나한테 '아프단말야~' 입모양으로 대꾸를 하네.
스트레칭 끝나니 벌써 피로감이 몰려온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 어머니, 저도 처음 할 때는 30분을 못 넘어갔어요.
- 원래 무용을 하셨던 분인데도 그러셨어요?
- 네. 이거 정말 힘든거에요. 어머니는 정말 잘 하고 계신거에요.
- 이게 배우고 오는 날은 저 기차 안에서 쓰러져 잤어요.
그래... 설설 하자.
선생님이 몇번 권유를 하셔서 성인반에 가보게 되었다.
거의 일년 동안 하신 분 둘이 계시고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려는 분 한분이 있었다.
선생님이 곡을 하나 트시자 모두 위에 올라가셔서 동작을 하신다.
옆에서 보면 참 쉬워보이는데 이젠 안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
다들 내려오셔서 엎어져서 헉헉거리신다.
- 저 정도 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1년은 걸린다고 하신다. 3개월이 고비라고 한다. 성인은 3개월 이후 재수강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여기 계신분들은 뭔가 깡이랄까 그게 있으신 분들이라고 했다.
나는 깡이 있는 사람인가?
시작한지 한달 되었다. 벌써 그만 둘 것을 고민하고 있다. 별로 깡이 없는 것 같다.
젊어서는 뭘 시작해서 중간에 그만 둔 것이 별로 없다고 나름 자부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중간에 그만두는 것들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근데 이것 만큼은 한번 끝까지 해보고 싶다. 또... 이것 포기하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 깡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성인분들이 헉헉 거리면서도 공중에 매달려 동작을 해내는 것을 보니 자극이 되었다. 다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에어리얼댄스를 하고 계신가 궁금했다.
그래 6개월을 채우는 것으로 목표를 세워서 해보자.
이번주에 새로 배운 동작: 스타스플릿, 탱글 Knee Tangle, 러시안 클라이밍, 언밸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