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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eer Mar 19. 2020

내 직장에는 좋은 사람이 있다.

본격 직장동료 칭찬하기 첫 번째 

  내 직장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내 마음속 세계가 아직 좁아서  나의 편협한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일이 전개될 때는 관심 없이 있다가 그 일이 완료되기 바로 직전에 '이걸 왜 이렇게 처리해'라며 딴지를 걸고 일을 엎어 버리는 사람, 하나부터 열까지 시도 때도 없이 불평을 터뜨리는 사람, 일을 자연스럽게 동료에게 토스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 일을 나누어야 할 때마다 신체 중 어떤 부분이 아파오는 사람, 아침마다 지각을 하는데 상사로부터 잘 안 들키고(이건 좀 부럽다) 지각을 하면서도 엄청 당당하게 걸어오는 사람. 정말 다양하다. 그곳은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직장 동료 분께서 해주신 말이 있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네." 이 말이 너무 멋있었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고 싶진 않았다. 내 생각대로 살고 싶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았다. 밖에서는 아이처럼 해맑게 살고 싶지만, 직장에서만큼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또는 '어른'의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 아직도 그 개념들을 조금씩 좁혀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 완전히 내 마음속에 정의가 뚜렷하게 내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 개념을 좁혀나가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그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먼저 Y부장님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그녀는 내가 두 번째로 만난 부장님이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처음 만난 부장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 부장님은 나를 방임하며 키우셨다. 큰 울타리를 쳐놓고 그 안에서 '놀아봐'하고 풀어놓은 느낌이랄까. 당시 나는 직장에 처음 발령받은 신규였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아는 것이 없었다. 당장 업무는 맡았는데 아는 건 없고, 그런데 내가 담당자니까 사람들은 자꾸 나한테 문의를 해왔다. 나는 멘붕에 빠졌다. 사람들이 하나씩 질문해올 때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부장님께 가서 여쭤볼 수가 없었다. 또 부장님께 여쭤보면, "마, 대충 해." "그거 책 찬찬히 읽어봐 봐."정도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계속 재촉해오고, 부장님께 들은 대답으로는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나는 발품을 팔아가며 겨우 버텼다. 콜센터에 전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물어보며 문제를 해결해갔다. 좀 웃기게도, 나는 우리 부장님 말고 다른 부서의 부장님을 찾아가서 옆에 서서 일을 배웠다. 나 말고 다른 신규들은 자기 부장님이 옆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도와주는데 너무 부러웠다. 근데 또 그 부장님 밑에서 일하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일을 처리할 때 이러쿵저러쿵 입 대는 일이 없으셨고 내가 큰 잘못을 했을 때에도 비난 한번 하지 않으셨다. 그저 "괜찮아. 그거 마 대충 하면 돼."라고 하셨다. 자기가 생각해 놓은 큰 울타리 안에만 있으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안절부절못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편하기도 하면서 일을 아예 나에게 맡겨두시니 나의 일에 대한 책임감도 생겼다.  


   그런 자유로운 부장님 아래에서 3년간 일하다가 만난 분이 Y부장님이다. Y부장님은 처음 만난 부장님과는 전혀 스타일이 다른 분이셨다. 부장님은 매우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다. 부서의 일에도 마찬가지이셨다. 그래서 꼼꼼하게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셨고 내가 빠뜨린 것이 있으면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Y부장님을 만나고는 나는 어미를 만난 병아리마냥 따뜻했다. 내 뒤를 받쳐주는 누군가가 생긴 것처럼 든든했다. Y부장님께 반한 부분은 딱 그런 점이다. 하루는 부서 일에 문제가 생겼다. 일을 잘못 처리해서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나는 내가 잘못한 일인 것 같아서 "어른들께는 제가 가서 설명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장님은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그러라고 부장이 있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나는 부장님이 너무 멋있어서 반해버렸다. 이런 어른이라니. "나는 직장에서 이런 분을 상사로 둔 럭키한 사람이구나."하고 마음이 벅차올랐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은 오롯이 나만이 책임지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누구도 나의 잘못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말해주리라 예상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나의 잘못은 부장님의 책임이라고 말해주시다니. 그제야 부장님이 부서의 모든 일에 솔선수범해서 나서신 이유를 깨달았다. 부지런한 사람이라서, 착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부서의 모든 일들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일들을 책임지고 계신 거였다. 단순한 덕목 같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과가 있을 때는 자신의 몫으로 돌리고, 잘못을 했을 때에는 계원의 뒤편에 서계시는 부장님들을 많이 봐왔다. 잘못이 있을 때 자신이 앞에 서고 계원을 자신의 뒤에 가려주시는 분은 의외로 드물다. 


  아! 부장님은 밥을 사주실 때에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밥 사주라고 부장이 있는 거야."  아... 멋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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