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장에는 좋은 사람이 있다
본격 직장동료 칭찬하기 두 번째
Y부장님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으니 S부장님을 빼놓을 수 없다. S부장님은 다른 프로젝트로 만난 부장님이셨다. S부장님의 리더십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S부장님은 남다른 카리스마를 가지신 분이다. 그녀에게 혼나면 다들 눈물을 찔끔 흘리곤 했다. 그녀와 일을 해보기 전까지 나도 그녀를 대할 때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멋있지만 무서워." 하지만 그녀와 함께 일해 보고 나서는 나의 편견이었음을 깨달았고 그녀의 좋은 점들을 알게 되었다.
일단 일을 처리할 때 혼자 결정하는 일이 없으시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팀원들을 다 불러 모으시고는 의견을 물어보신다. 아무리 어린 사람이라고 해도 발언권을 주시고 그 의견을 존중하신다. "제 생각은 이렇지만 이 사안을 제 생각대로 밀고 나갈 생각은 없어요."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렇게 일을 처리하시는 방법이 좋다.
그리고 누군가 잘못하는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을 불러서 따끔하게 이야기하신다. 하지만 그러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뒤에 꼭 그 사람을 불러서 마음을 달래주신다. "내가 이렇게 했던 건 이런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서야. 하지만 누구 씨만의 잘못은 아니야. 내가 아까 그랬던 것 때문에 너무 속상해하지 마." 이렇게 다정하게 말씀해주신다. 그래서 혼나고도 그녀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다.
또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다. 한 번은 내가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일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업무를 처리했는데 연차가 적다는 이유로 승진 가산점을 받아야 하는 명단에서 빠진 것이다. 사실 직장에서 어린 편에 속하기 때문에 어리다는 이유로 더러운 일을 당하는 일은 나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내가 속한 직장의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능력을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한 관계로 연차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나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도 아무도 그 일에 대해 일언반구 하나 없었다. 그 일을 처리한 담당자도, 직장의 최고 어른들도 나에게 한 마디 동의를 구하는 말 조차 없으셨다. 그때 S부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나를 부르시고는 눈물지으시며 '네 마음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손을 잡아주셨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마지막 주자는 J선배이다. 내가 앞에서 말한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유일하게 참지 말라고 말해주신 분이다. 내가 저 일을 겪을 당시 다들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더러우니까 참아." "원래 그랬잖아." "더 나아갔다가는 분명 너만 속상해질 거야."라고 말이다. 그분들도 다 나를 걱정해서 말씀해주신 것들이었다. 내가 원래도 유리 멘탈이기 때문에 그들 눈에 유리로 바위를 쳤다가 유리만 와장창 깨지는 건 눈에 훤한 일이었을 것이다. J선배는 달랐다.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딱 정해. 어디까지 싸우고 싶은지 정하고, 네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정해. 그래서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만 싸워.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선배를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나는 당시 그 승진 가산점을 받는 것 자체를 원한 건 아니었다. 부당한 일을 나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처리한 담당자와 결정권자로부터의 사과를 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그까지 싸우기로 결심했고, 결국에는 어른들로부터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사과도 받았다.(그 사건의 결과에 대해선 나의 승리라고 말하진 않겠다. '난 호구지만 너네가 생각하는 그 정도까지의 호구는 아니야' 정도의 외침이랄까.)
J선배가 이때만 그런 조언을 해준 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전부터 나에게 "네가 원하는 일을 하려면 네가 잘 생각해보고 그것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할 줄 알아야 해. 마냥 착하게 어영부영 있다가는 네가 원하는 것을 못 얻어"와 같은 조언들을 자주 해주었다. 또 J선배는 자기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일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싸웠다. 부당한 일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잘못한 일에는 그 상대가 선배이더라도 찾아가서 그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런 점들이 멋있었다.
나는 직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수많은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서 좋은 어른이란, 좋은 선배란, 좋은 후배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 알아가는 중이다. 그들의 좋은 점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직장에서 일하며 돈을 버는 중이지만 동시에 어른이 되는 방법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