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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부지런했습니다

부지깽이 김밥♡



나의 봄맞이는 봄나물 쟁이기에서 시작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1년동안 먹을 봄나물을

한꺼번에 사들여서 쟁인다.

그리고 언제나 그 시작은 < 부지깽이 > 나물이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부지깽이를 4kg  주문했고

오늘 드디어 도착했다.

세상에 이 초록이들을 어쩔거야... 너무 예쁘잖아..

풀어해치니 어마어마한 양이지만 어린잎들이어서 다듬을 것도 하나 없다.


팔팔 끓는물에 천일염 반스푼 넣고 부지깽이를 살짝 데쳤다.

냉수에 여러번 헹구고

지퍼백에 한번 먹을 양만큼

담고 냉수를 함께 넣어 밀봉한다.

(물과 함께 보관하지 않으면 해동시켰을때

수분이 다 날아가서 질기고 맛없다. 이렇게 보관하면 금방 데친듯 아주 맛있다.)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 냉동시킨다.

지난번에 쟁여둔 마늘옆에 나란히.

필요할때 하나씩 실온에 녹여

물기를 적당히 짜고

국간장, 참기름, 마늘,깨소금만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주먹밥도 만들고 볶음밥도 만들어 먹는데

오늘은 김밥을 말았다.

아주 고소하고 씹을수록 담백한 부지깽이다.


2시간 꼬박 데치고 헹구면서 문득 내가 너무

행복해 함을 느꼈다.

고작 봄나물 하나 쟁이면서 이렇게 좋아하다니..


나 어릴적 우리 엄마는 늘상 주방에서 무언가를 씻고 다듬고  말리고 계셨다.

어느날인가 문득 엄마의 앞모습이 보고싶어서

" 엄마! 뒤 좀 돌아봐봐~ 궁금해~~"  그랬다.

" 아이참, 왜~~" 하며 돌아서는 엄마는

가끔 이마에 파도 붙어 있고, 머리카락에 고춧가루도 붙어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엄마에게 "  엄마, 지저분하게 이런게 묻었어"

하며 놀렸더랬다.


우리엄마는 참 멋쟁이셨다.

하루에도 두번씩 집을 쓸고 닦아서 윤기가 반지르르 했고,

봄이면 봄나물 쟁이시고, 겨울엔 가지와

무를 조롱조롱 말리시며 늘 집안에서 분주히

움직이셨지만 가끔 우리 3남매의 학교에

육성회 일로 오실때는 얼마나 멋있고 예쁘게

단장하고 오시는지 나는 그런 엄마가 참 자랑거리였다.


오늘 나물을 쟁이고 거울을 보니 내 머리위에

부지깽이 한줄기가 대롱거리며 초록핀이 앉혔다.

아! 난 우리엄마 딸이 맞구나!

한 달 후면 엄마의 기일이다.

내가 사랑했고

천국에 가신 후 더 더 사랑하게 되는 엄마생각에

가슴이 저릿했다.


봄은 부지런하다.

나도 부지런했던  봄날 어느 하루.


https://youtu.be/CdGhnlKXo5k?si=w4LZTF-Ax6Uof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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