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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상 프로방스 산책

폴 세잔이 사랑한 도시


상프로방스에 도착하니 남부 프랑스에 왔음이 실감났다. 얼마나 햇살이 따갑고 더운지 입었던 옷들을 하나 둘씩 다 벗어던지고 최소한의 차림으로  걸었다.

대형 쇼핑몰 지하가 공영주차장이어서

비교적 주차는 수월했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아를에서와 달리  관광객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덥고 사람많고 .... 과연 제대로 걸어볼 수 있을까

조금 염려가 되었다.



Axi en provence 에서 Aix 는 물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물이 풍부해서 이 도시에는 100개 가까이 분수가 있다고 한다.

이 분수들은 뜨거운 물이  나오는 분수도 있다.

주차장에서 올라오자마자 마주치는 분수가

로통드분수였다. 미라보 거리가 시작되는 로통드광장 가운데 있다.  중앙에 우뚝선 세여신은 각각 법, 농업, 미술을 상징하며  미라보 거리, 마르세이유, 아비뇽을 향해 바라보고 있다.

로통드 분수는 1860년에 최초로 주철 지지대를 사용한 분수이다.

대표적인 분수여서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엑상프로방스는 대학도시여서인지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고 분수덕분에 곳곳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  그래서일까  도시가 활기차고 생명력이 느껴진다.  여행으로 지쳐있던 발걸음에 다시 힘이 생겼다.



엑상프로방스를 남북으로  가르는 중심도로인  미라보거 들어섰다.

길 양쪽으로 울창한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가로수를 이루는데 나무 사이사이에서 상인들이 좌판을 열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너무 뜨거운 날씨에 식당마다 사람들로 꽉차있다. 신기한건 더우니까 식당안으로 들어가고 싶을텐데 모두 돈을 더 주고 밖에 앉아있다. 나만 더운건가?  그들은 태양마저도 정열적으로 사랑는걸까. 가게안은

늘 비어있어서 우리는 에어컨을 기대하고

들어가지만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하나 없는

좁은 식당안은 바깥보다 더 더워서 도망치듯

나왔다. 그래서 모두들 돈을 더 지불하고 바깥에서 식사를 하나보다.

미라보 거리는 젊음으로  활기가 느껴졌다.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애플매장은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다.  엑상프로방스의 애플샵도

여전히 북적였다.

미라보 거리는 액상프로방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책로이다. 처음엔 매우 좁은 길이었는데

17세기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여 마자린 대주교의 명으로 지금의 넓은 길이 만들어졌다.

이 도시의 대표적인 산책로인만큼  걸어보면

상프로방스의  분위기를 느낄수있다.



아를이 고흐의 도시라면 엑상프로방스는 폴 세잔의 도시이다.

광장 가운데는 화구가 들어간 배낭을 멘 세잔의

동상이 있다.

폴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은행가였다.  소위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에밀졸라와는 어릴적부터 친해서 서로 화가와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서로의 예술관을 비판하다가 멀어졌다고 한다.

아들이 법조인이 되길 기대했지만 화가의 길을 걷자 아버지는 모든 지원을 끊어버려서  세잔은 매우 궁핍한 생활을 이어갔다.

훗날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남긴 재산덕분에

날개를 단듯이 그림 그리기에 집중해서

결국은 미술사에 획을 긋는 사람이 된 것이다.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가 생 에스프리 성당을

만났다. 아주 오래된 교회이다.

에스페리아 거리에 위치하는데 성령교회는

역사기념물로 보호되고 있어서 조명시설이 많이 어둡고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을 한 것 같은데 내부는 장엄해서 비교가 되었다.

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소원하는 바를 메모하여 꽂아두었다. 나도 곧 다가올 막내의 취업준비를

위해 간절한 기도문을 붙여두고 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관광할 곳을 계획하지 않았던 탓에 모든 사람이 들려본다는

생 소르베 성당은 가보지도 고 우연히 마주한

생 에스프리 성당만 들려보았다.

집에 돌아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지만 다음에 다시 한번 그곳에 가서 보자고 다짐했다.



골목마다 식당들이 많았다. 슬슬 배가 고픈데 어느 식당에 들어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딸들이 이번에는 구글의 도움을 받아보자하여

찾아 보았다. 미슐랭 가이드 어쩌구 하면서

아주 유명한 수제버거집이  가까이  있다길래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이상함을 감지했다. 유명한 집이라는데 손님이 옆테이블 4인 가족이 전부였다.

그들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는데 테이블과 의자가 너무 지저분했다. 메뉴를 보니 가격은

매우 비싸다. 시그니처 메뉴를 물어보고 네가지를 주문했는데 .......( 이때까지도 미슐랭을 믿었다)

새까맣게 타버린 버거 번과 연어의 비릿함 그리고 그 모든걸 입막음하려는 엄청난 양의

감자튀김.

나름 입맛 까다로운 나인데 이 맛이 어찌 맛있다고 평점이 그리 높은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화도 나고 계속 먹기도 싫어서 남은 감자튀김은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나중에 숙소로 와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계산하고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억울해서 그날 밤은 잠을 설친 기억이 난다.



세잔의 도시에 갔으니 세잔의 아틀리에는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찾아갔으나 보수공사중이어서 볼 수가 없었고 화가의 언덕으로 올라가던 중에 노란집이 보여 잠시 내렸는데  maison de  retraite 라는 문패가 보였다.  찾아보니  번역이 '세잔의 양로원'이라고

검색된다.  세잔이 마지막 순간까지 살았던 집일까.... 아주 깨끗이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들어가 보고 싶은데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세잔이 매일 이젤을 들고 올라가 생빅투아르 산을 그렸다는 < 화가의 언덕 >으로 가는 D17번 도로는 드라이브하기에 아주 좋았다.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비탈진 도로였다.

드디어 화가의 언덕에 도착하였다.  

세잔이 화구를 메고 터벅터벅  올라갔을  계단을

올라갔다.  녹음이 푸르러서 눈이 편안했다.

몇 분을 올라가서 돌아서니 멀리 생 빅투아르 산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산을 바라보며 그린 그림 9점의 카피본이 있었다.

모두 생 빅투아르 산을 다른 각도에서 다르게

그려 놓은 것이다.

세잔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액상프로방스의

자연을 예술의 대상으로 삼았다.

20년간 80점의 산그림을 그렸는데 그중 9점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모네에게 수련연작이 있든 세잔에게는

생 빅투아르산 연작이 있는것이다.

생 빅투아르 산은 나무가 없는 돌산이다.

그런 을 그리면서 모두 다른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매우 붓터치가 강렬하고 힘차고

빠른속도로 휙휙 그려낸 듯 보인다.

햇빛의 움직임에 따라서 다른 모습을 보았던듯 싶다.

세잔은 자연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걸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도들이 후기 인상주의에 영향을 주었을것이다.

세잔이 매일 산책하며 걸었을 그 길을 따라

걸으니  세잔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햇빛, 바람, 눈과 비.... 이 모든 것들에 의해

세잔의 눈에 비친 생 빅투아르도 변해갔을 것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돌산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 감탄스러웠다.



엑상프로방스는 온통 노란색 건물들이다. 채도가 높아서인지 선명하고 파란하늘과 대비를 이루어서 더 노랗고 예뻤다.

이 건물들은 비베뮈스  채석장에서 가져온 돌들로 만들었다고 한다.

폴 세잔의 작품에도 이 채석장이 등장하기도 한다.



몹시 덥고 뜨거운 날씨였는데 곳곳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상점들이 있었다.

유럽은 꽤 일찍부터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듯 했다.  

그리고 어느곳이든 어르신들이 많이 보였다.

젊은시절 열심히 일하고 노년의 삶은 지팡이를 짚을 지언정 이곳 저곳 열심히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남편과 함께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그들은 참 많이 걷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가용 보다는 트램과 기차로 여행을 다녔다.

결국  돈 못지 않게 다리의 힘이 노년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것 같다.

더욱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


생뚱맞게도 액상프로방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라보 거리의 양쪽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들이었다.

우리집 앞 양재천에도 플라타너스 나무가 아주

많은데 한번도 의미깊게 바라본 적이 없었던것 같다. 오히려 가을이면 양재천 뚝방길을 지저분하게 만든다고 투덜거린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도시에서  플라타너스의 우아함과

고풍스러움을 발견했다.

오래되고 화려한 도시를 지긋하게 눌러주는듯 했고,모나지 않고 커다랗게 잘 자라 푸른 하늘을 이고있는 그 자태가 매우 품위있어 보였다.

며칠전 양재천을 산책하다가 바닥에 수북이 쌓인 플라타너스 낙엽을 밟으면서

액상프로방스 미라보 거리를 떠올렸다.

불과 두어달 전의 여행이었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듯 그리웠다.

김현승 시인의 시로 내가 걸었던 그 곳의

그 길을 추억해 본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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