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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산책
카펠교 위에서
by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Jan 07. 2025
여행이란 돌아갈 집이 있어서 여행이라고 하던가.
그런데 나는 도시를 옮겨갈수록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음 도시가 궁금하고
두근거렸다. 열심히 운동을 했더니 걷는것도 힘들지 않고 지치지 않아서 감사했다.
밀라노에서의 좋은 기억을 품고
피어발트슈테터제 호반 (루체른 호수)를 보기 위해 오후에 출발했다. 원래는 아침 일찍 밀라노에서 나오려 했는데 아쉬워서 다시한번
둘러보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한번 더 마시고
오후에 나오게 되었다.
루체른을 향해 가는 동안 끝도없이 아름다운
알프스 산을 만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남부를 거쳐 융프라우요흐를
지나 독일 남부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남편이 2년 전에 코로나 3차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돌발성 난청이 오는 바람에 조심해야할것 같아서 이번엔 아쉽지만 높은 산을 피해야할 것 같았다. 2년 전에 일본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3차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해서
내키지 않는걸 접종했는데 결국 아주 불편함을
초래했다. 이제는 백신접종 의무가 아니니
여러 나라를 아주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어서
좋다. 암튼 융프라우 요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스위스를 향해 가는 동안 너무나 멋있는 알프스 산을 보니 감사했다.
눈앞의 산은 나무가 거의 보이질 않고 산꼭댁기 눈이 보이거나 돌이 보였다.
까칠한 사감
선생님
같은 느낌이랄까.... 저 산 앞에서는 거짓말도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나를 품어줄듯 포근하지는 않지만 아주 정직하고 멋
있
었
다.
늠름한 산세에 혼이 빠져 달리다가 운전하는 남편을 스트레칭시키려고 잠시 차를 세웠다.
산아래에 가로로 길다란 건물이 보여서 들어가니 고속도로 휴게소같은 곳이었다.
지하에 깨끗하고 넓은 화장실이 있어서 들렀는데 이용료가 1
CHF
였다.
영수증을 받아서 1층 대형 마트에 들렀다.
기념품과 과자, 스위스 전통 초콜렛등을 판매하는 대형 마트가 있어서 마그네틱과
초콜렛을 사면서
1CHF
영수증을 보여주니 그 금액만큼 할인을 해주었다.
돌아서는데
굉장히 커다란
뷔페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도 이제는 환경이 좋아졌는데 이곳은 사실 우리나라 휴게소보다
훨씬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음식들이 호텔 뷔페를 연상케 했는 반면에
가격은 정말 너무 착했다.
( 스위스의 높은 물가에 비해)
어떻게 그 금액에
그런 음식을 먹을수 있는건지 놀라웠다.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호기심에
각자 먹고자 하는 음식을 담아서 카운터에 가져가서 무게를 재고 금액을 지불했다.
멀리 산을 바라보며 천천히 식사를 하는데
또 한번 감동이 물밀듯 밀려왔다.
주위를 보니 대부분 노부부들이다.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두손을 마주 잡고 서로
음식도 먹여주고 머리도 쓸어넘겨 주고 커피도
손에 쥐어주고.....
한국에서는 참 보기 드문 모습들인데.
세번째 만났을때 내 손을 덥썩 잡아주었던 남편은 아이들을 낳고 언제 내 손을 잡아주었던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래서 남편에게 저 모습을 좀 보라고. 우리도
이다음에 할머니 할아버지 되면 저렇게 손잡아줄거냐고 다그치다 웃음이
터
져버렸다.
드디어 루체른 시내에 도착했다.
한적한 도시는 아니었다. 차가 너무 많아서
곳곳에 정체된 곳들이 많았고 주차장도 꽉 차서
빈자리를 찾느라 힘들었다.
주차장이 굉장히 깨끗하고 넓었다. 프랑스 주차장은 지저분하고 어둡고 냄새나서 생각할수록 끔찍한데 이곳은 주차장이 아주 세련됬다.
주차장 엘리베이터 버튼이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디자인의 도시라서인지 버튼색도 알록달록 재미있었는데 난 아직도 저 버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기억하는 것은
주차장이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지어졌다는 것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이 양쪽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헷갈려서 잘못 내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우리도 어김없이.
휴게소에서 잠시 쉴때만 해도 해가 쨍하고 맑았는데 루체른에 도착하니 구름이 많고
가끔 이슬비도 내렸다. 우산은 짐가방 어딘가에
있지만 다 꺼내서 뒤지기 귀찮기도 하고
이정도의 비는 맞아보는 것도 추억이려니 생각되서 그냥 걸었다.
주차장에서 나오자 마자 중앙역이 보였다.
어느 도시나 중앙역은 랜드마크다. 루체른 중앙역도 다르지 않았다.
루체른 중앙역은 스위스 철도교통의 중심이다.
구시가지와 가까이 있어서 기차로 이곳에 오는
여행객들에게 매우 편리할것 같았다.
중앙역 앞에는 반호프 광장인데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광장이 가득했다.
중앙역 안에는 쇼핑몰들과 대형 마트가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볼거리가 참 많았었다.
식당도 있지만 리어커를 개조하여 다양한 음식도 팔고 서점도 있었다. 그런데 루체른 중앙역은 그다지 정겨운 느낌은 없었다.
매우 시니컬 한 느낌이랄까. 깨끗하지만 선뜻
들어가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나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과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나의 취향이 파악이 되었다.
중앙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이렇게 루체른 호수가
보인다. 우리가 갔을때 여러 축제들이 겹쳐서
다양하고 화려한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시간이 여유가 있었다면 아니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그들의 축제에 참여해 보고 싶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호수의 물빛은 맑았다.
기대했던 만큼 기쁜일이었다.
프랑스 남부 도시에서는 횡단보도나 신호등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면
차들이 정지해서 기다려 주고 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정지해서 기다리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었다. 자꾸만 우리나라와 비교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스위스는
횡단
보도가 많이 보였다.
제네바에서도 그랬고 루체른에 오니 노란색
선명한 횡단보도가 있었다.
신호등이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좌회전 우회전만 화살표 표시가 나타나는게
아니고 직진시에도 화살표가 뜨는걸 보고
처음엔 당황했었다.
삼색 동그란 신호등에 익숙한 우리는
초록색 직진 신호가 신기했다.
루체른은 중세시대의 건물과 현대적 빌딩들이
함께 섞여 있었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보통 구시가지 신시가지가 경계가 있어서
구시가지엔 옛날 건축물들이 신시가지에는
빌딩이 있었는데 루체른은 그렇지 않은듯 했다.
그래서 걷다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재미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택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건물은
모든게 좌우 대칭구조였다.
담벼락
에 뚫어 놓은 구멍도 대칭, 커다란 나무도
양쪽이 대칭, 건물앞 잔디도 대칭.
마치 데칼코마니를 보는듯 재미있어서 한참을 서서
기웃거렸다
.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때 이미 유럽은
가을이 온
것 같았는데 루체른에 도착했을때는
가을이 짙어진 느낌이었다.
기온도 서늘하고 가로수가 낙엽이 져서
이파리가 듬성듬성했다. 세계 밴드 축제가 있었나보다. 곳곳에 축제를 알리는 깃발들을
보면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모르는 여행자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스위스의 가을은 아름답다면서
루체른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는 사람들.
한국에 돌아가서 나도 우리나라를 찾는 이들에게 똑같이 해보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많이 걷지 않은것 같은데
카펠교와
바서투름에 도착했다.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트러스트교이다.
다리에 핀 꽃이 만개했을때 가장 아름답다는데
운좋게도 우리가 갔을때 아름다운 꽃이 만발했다.
목조다리 위에는 지붕이 있고 지붕 안쪽에는
스위스역사와 건국신화와 관련된 100여개의
17세기 판화작품이 있다. 중간에 비어있는 곳이
몇군데 있었는데 찾아보니 1993년에 화재가 나서 거의 복원했는데 비어 있는 곳은 스위스
사람들의 이견이 아직 좁혀지지 않아서
그대로 비어있다고 한다.
카펠교는 살짝 구부러져 있는 형태이다.
1333년에 강의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침입하는 적을 막으려는 방어시설로
건설되었다.
카펠교 바로 옆에는 웅장한 바서투름이 있다.
물의 탑이라고 부르는 팔각저수탑인데
로이스강 한가운데에 카펠교보다 30년이나
먼저 1300년대에 성벽의 일부로 세워졌다고 한다.
오랜동안 감옥, 고문실, 기록보관실등으로 사용되었다.
카펠교를 걸을때 나무의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걷는 사람, 천천히 걷는 사람들
때문에 그 삐그덕거림은 하모니를 이룬다.
로이스강 가에 빼곡히 지어진 건물들은
아래층은 레스토랑이고 위에는 호텔들이었다.
벽면이 아름다워서 다리위를 걸으면서
건물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카펠교를 건너오니 루체른 현대미술관이 보인다. 건축가 장 누엘의 작품이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날이 월요일이어서 휴관이었다. 루체른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여유있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
루체른은 깨끗하고 활기찼다. 축제가 한창이어서 그랬을까?
미리 공부하고 가지 않은 여행이다 보니
카펠교 가까이 있었다는 슈프로이어교도
지나쳤고, 무제크 성벽과 빈사의 사자상도
생각을 못해서
아쉽다
.
루체른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데 군데 보이는 알프스 산들이 기막히게
아름다웠다. 도시를 걷는듯 하다가도
그 산을 바라보거나 오래된 건물을 바라보면
다시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 가는듯
신비로웠다.
봄이 되면 봄꽃으로 카펠교는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겠지.
스위스는 살인적인 물가였다. 30일을 여행하다보니 숙소가 중요했지만 스위스에서
자는건 겁이 날 정도였는데 루체른 다음 도시였던 취리히에서만 어쩔 수 없이 하룻밤 머물렀다.
내가 갔던 도시들은 모두 차로 이동이 수월해서
근교 도시에서 머물며 여행하는 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루체른은 하루를 머물러 보지 않은게
조금 아쉽다.
특히 카펠교의 야경을 못 봐서.
오래된 목조다리가 무너지지 않고 그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이겨내고 있음이
대
견스러웠다.
이겨낸다는건 바로 이런것이겠다. 약해보이지만
물속에 깊이 박혀 든든히 받쳐주는 무언가가
우리에게 있으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것이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깊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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