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버섯 사 온 사람 이리 와 보세요
다 들었어. 어린이들이 나를 아주 싫어한다는 말.
미끌미끌해서 그럴까? 알록달록 색깔이 곱지 않아서?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어떤 맛인지 잘 모르겠어? 아니면 그냥 싫어? 그래, 싫을 수도 있지. 나를 좋아하면 좋겠지만, 너무 먹기 힘들면 먹지 않아도 돼. 그런데 나를 먹는 건 싫을 수도 있지만 내 이야기를 듣는 건 재미있을 수도 있을 걸? 내 이야기는 동물이나 식물하고 좀 다르거든.
나는 동물일까, 식물일까?
둘 다 아니야. 나는 균류라고 해. 식물은 광합성을 해서, 동물은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가잖아. 균류는 죽은 나무나 동물, 낙엽, 마른풀, 살아 있는 동식물 등에서 양분을 얻어 살아.
생명을 다한 나무나 낙엽, 배설물은 누군가가 치워야 해. 그렇지 않으면 숲이 엉망이 되고 말 테니까. 흐트러진 장난감을 정리해 보았다면 날마다 청소하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잘 알 거야. 나와 다른 버섯 친구들이 날마다 숲을 청소하고 있어. 우리는 동물과 식물에서 양분을 얻기도 하지만 생명이 다한 것들을 썩히고 분해해서 다시 자연으로 보내는 일도 우리가 해. 풀과 나무, 새와 짐승은 우리한테 먹이를 주고 우린 정화된 숲을 돌려주는 거야.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어.
지금 당장은 나를 꼭 잘 먹지 않아도 돼.
앞으로 우리는 만날 날이 많을 테니까. 그래도 울긋불긋 빛 고운 가을 풍경을 바라볼 때, 내 생각도 조금 해주면 좋겠어. 숲속에 고운 빛만 가득할 수 있도록 나와 버섯 친구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청소 중이거든.
삽화 안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