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트에는 없는 가지의 사연

오늘 가지 사 온 사람 이리 와 보세요


열매는 농부를 오래 기다려 주지 않아요. 다른 작물보다 성격이 급해서 열매가 맺히면 재빠르게 거름을 주어야 알맞게 여물거든요. 병충해에도 민감해서 땡볕에도, 세찬 비에도 밭을 살뜰하게 살펴야 작물을 무사히 지킬 수 있어요. 여름 가지밭은 태양 볕에 들끓기도 하지만 이렇게 숨 고를 틈 없는 농부의 움직임으로 한 번 더 뜨겁습니다.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가지는 서너 살 아이만큼 자라나요. 우리 아이는 키가 1m나 되지만 가지는 겨우 팔뚝만 하다고요? 장바구니 속 가지 열매는 팔뚝만 하지만 여름 밭을 누리는 가지를 뿌리부터 잎까지 재어 보면 1m 넘어까지 자라나요.

가지 열매는 휘기도 하고 곧게 뻗기도 하고 모습도 이름처럼 가지가지예요. 하지만 이건 밭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일 뿐이랍니다. 우리 장바구니 속에서 휘어진 가지는 모두 자취를 감춰 버리니까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휘어진 가지는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거두자마자 버려져요. 맛이나 영양이 휘어진 것이 아닌데 사고팔 때는 모양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지죠. 흥.


오늘 내가 장 봐 온 가지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글 동부기, 그림 안난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