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우울해.

by Hoon
출산 파업


출산 파업(BirthStriker) 운동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몇 년 전 호주의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던 이 운동은 '생태 위기의 심각성에 따른 실존적 위협에 권력층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기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1]. 쉽게 말해 이런 세상에서는 아기 낳지 않겠다는 거죠.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주거비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늦둥이를 낳아 어쩌다 '아둘맘'이 되었지만, 주변에 미혼이거나 선택적으로 아기를 갖지 않는 친구들이 무척 많아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기를 낳아 키우는 미래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슬픈 세상에 살고 있나 봅니다.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니... 기후 우울

요즘 기후학자들은 연구를 하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후변화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경악하고, 분노하며, 마침내 우울에 빠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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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생각보다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공중 보건학, 심리학 부문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단순하게는 '이상 고온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부터, '기온이 올라가며 공격성이 상승하는 경우'에 대한 연구, '기온 상승으로 인한 꽃가루 과다로 호흡기 질환 증가'에 대한 연구 등 생각보다 기후변화와 신체 건강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그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맑고 선선한 가을날, 색색깔 낙엽을 보며 행복해지는 기분을 안다면 기후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쉽겠지요. 기후변화의 비관적 전망으로 인해 공황 발작, 식욕 감퇴, 조급증, 불면증 등 환경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특히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이런 문제는 심각합니다.


지구의 기후는 이미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며,
어른들은 한참 전부터 미리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했단다.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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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죠. 게다가 야속하게도 학교와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성공'의 메시지는 기후 위기와는 도통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돈도 많이 벌고 살란 말이야!!"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한데, 뭘 바라보고 꿈을 가지라는 걸까요? 게다가 탄소 기반 경제에서 성장한 대기업에 들어가라니, 그게 성공일까요? 참 혼란스러운 세대입니다.



우울을 극복하려면

물론 이 책의 끝은 우울과 절망이 아닙니다. 지금 상황이 거지 같다고 해도 저는 아이들에게 포기하라는 말을 하고 싶진 않거든요.


이제서야 어른들도 어린이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9년 세계 최초로 공교육에 기후변화 의무교육을 집어 넣었습다. 연간 33시간이 기후변화 교육에 할당되었다고 하는데요, 기후 위기를 몸으로 겪어낼 것은 현 세대가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아직 아이들에게까지 미치는 손길은 많이 부족합니다. 일단 학교에서 의무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입시 공부만 해도 너무 바쁘기 때문이겠죠. 따로 시간과 자원을 할애하기에는 학생들이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기후변화라는 과목을 별도로 지정하기보다는 과학, 지리, 인권, 언어 등 다양한 기존 과목에 얇게 층을 올리는 방식으로 다학제적인(inter-disciplinary) 접근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과학시간에 온실효과를 배울 때 지구온난화도 함께 배우고, 세계 지리를 배울 때 각 지역의 기후가 변하고 있음을 배우는 것이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교과목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일이겠죠.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말이예요.


기후변화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이미지: www.interacademics.org)


좀 웃기는 말 같지만, 절망은 희망의 첫걸음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 가장 사랑하는 것을 지켜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변화의 가장 첫 단계는 '지금의 우울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 겁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미래에 기후변화가 현실이 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죠. 별 수 있나요?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심리학자 롤로 메이(Rolo May)는 우울증을 '미래를 구성하는 능력의 상실'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우울을 극복하려면, 미래를 그리고 이루어 나가는 능력을 다 함께 갖추어 나가면 되겠죠.


다음 장부터는 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unsplash.com

[1] 리베카 헌틀리,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