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를 해야 돼?

by Hoon

열 살 큰애는 몇 년 전부터 멸균팩에 든 주스나 우유를 마실 때, 팩에 붙어 있는 빨대가 있더라도 꼭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빨대로 마십니다.


사실 제일 좋은 방안은 플라스틱 빨대가 이미 붙은 채로 생산된 제품을 아예 안 사는 것이겠지만, 아이에게 적당한 작은 사이즈는 항상 빨대가 같이 딸려 오기에 가끔 사다 놓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거북이 콧구멍에 들어간다며 고집스럽게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합니다. 원래 붙어 있던 빨대는 저에게 내밀고요.

소위 말하는 '친환경 운동'이 어떤 건지 한 장 요약 (이미지: 트위터 줍줍)

안 쓴 플라스틱 빨대가 수북해지는 걸 보며, 저는 과연 이것이 환경에 좋을까 나쁠까, 고민해 보곤 합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위 사진처럼(플라스틱 포장 안에 종이 빨대라니;;), 친환경을 표방하다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요.) 남편은 옆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는 대규모 어업이 해양 쓰레기의 주범이라며 한 소리를 하고요. 그러나 이해 득실을 따지기 전에 꼭 한 가지 칭찬해 주고 싶은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입니다.



작은 노력이라도 하고 있나요

아직 기후 위기 해결은 요원하지만, 그렇다고 다 함께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뻔한 말이지만, 작은 노력이라도 각자 노력하면 커다란 움직임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탄소 발자국 줄이기

탄소 발자국이란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들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의미해요.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면 자동차 꽁무니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그 사례가 되겠죠.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면 그로 인해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집에서 전기를 쓰면 (집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서 그걸로 전기 사용량을 충당하는 게 아닌 이상) 나의 에너지 수요로 인해 발전소 굴뚝에서 뭉게뭉게 온실가스가 나오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 집에서 바로 석탄을 태우는 게 아닌데도 탄소 발자국은 남는다는 겁니다. 슈퍼에 가서 과자를 한 봉지 사는 행위에서도, 그 과자의 내용물과 포장지를 만드는 데 드는 자재와 에너지, 그리고 슈퍼로 배달되는 교통수단까지 고려해야 한단 겁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건 물론이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쿠팡이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 심지어는 가만히 앉아서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것까지 탄소 발자국은 남습니다. 완전히 탄소 발자국이 없는 삶은 사실 불가능하고요,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기의 전원을 끄고,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고, 냉난방을 과하게 하지 않는 것 정도라도 유념해 두면 좋을 것입니다.


육류와 유제품 소비 줄이기

먹거리와 온실 가스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식량 생산으로 인한 온실 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4에 달합니다. 가축의 소화와 분뇨(소가 방귀 뀌고 트림하면 메탄가스가 나와요!), 가축 수송과 사료 생산, 가축을 기를 목적으로 숲을 베어내는 경우 등의 이유인데요. IPCC 자료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가장 엄격한 형태의 채식주의인 '비건'으로 전향하는 경우 무려 연간 8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기 소비를 줄여야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온실 가스만 해도 상당합니다. (이미지: AP)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았을 때, 고기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한창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고기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모두가 당장 고기를 그만 먹지 않더라도, 조금씩 줄여 보는 것은 지구에도,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비건처럼 백 퍼센트 식물 기반 영양만 섭취하지 않더라도, 달걀과 유제품은 섭취하는 베지테리언, 육류/유제품의 75%를 곡류 및 콩류로 대체하는 플렉시테리언 등 여러 단계의 채식주의가 존재하니까요. (귀뚜라미 등 대체 단백질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 적어도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먹거리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어야겠죠?


순환 경제에 신경 쓰기

이대로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다 보면 지구가 네 개나 필요하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거예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지구로부터 뭔가 가져와서(take), 무언가를 만들고(make), 다 쓴 다음에 버리는(waste) 직선형 과정을 따르니까요. 재활용/재사용을 한다 해도 극히 일부만이고, 대부분의 쓰레기는 매립지로 직행합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는 유용한 자원은 고갈되고, 남는 것은 모두 쓰레기 더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월-E>에서처럼 결국은 지구를 버리고 도망을 가야 하는 시대가 와야 할지도 몰라요.


영화 <월-E>에 나오는 쓰레기 더미 지구의 모습 (이미지: Walt Disney Pictures/Pixar)


그에 반해 자연의 시스템은 어떤가요? 생태계는 이런 직선 모양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동그라미입니다. 태어나고 살다가 죽더라도 썩어서 없어지고, 결국은 다음 세대의 생명에게 보탬이 되지요. 이렇게 직선 대신 동그라미를 지향하는 경제 시스템을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라고 부릅니다. 일례로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하여 재생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의류 등이 있겠지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의 62%는 재화를 생산하는 데 쓰입니다. 자원을 추출하고, 가공하여 소비하는 데에만 전체의 3/5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겁니다. 현재 지구에서는 연간 900억 톤이 넘는 광물과 화석 연료, 금속, 바이오매스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합니다. 그냥 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얼마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일까요. 최대한 물건을 아껴 쓰고, 순환 경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며, 지구의 자원을 아낄 줄 아는 것이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아

이런 모든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주면 어떨까요? 아이가 전기차를 구매하거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집에서 에너지를 아껴 쓰고, 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하려는 노력은 할 수 있으니까요. 빨대 하나를 쓸 때도 꼭 꼭 약속을 지키는 우리 첫째에게도 말해 주려고 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다고, 우울해할 필요 없다고 말이죠.



표지 이미지: Jayden (9세), 푸에르토 리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