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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사 Jul 29. 2021

내일의 나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2021. 07. 28 (수)


내년 2월에 결혼하는 친구가 드레스를 보러 가자고 했다. 덕분에 반차를 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릴 적 '쥬쥬의 옷장' 확대판 같았다. 하얗고 반짝거리는 웨딩드레스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드레스를 입은 내 친구는 반짝이는 백합 같았다. 전율이 올랐다. 배시시 웃으며 어떠냐 묻는 친구에게 부케로 얼굴을 가리라고 했다.


향긋한 서울


상담이 끝나고 저녁을 먹었다. 주종은 25도의 서울의 밤. 대창 볶음과 들기름 파스타를 먹었다. 오랜만의 수다가 행복했다. 참 좋아하는 친구다. 내가 없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허당인데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그것을 실현시키는 행동력이 있다. 똑똑한 척 굴지만 허당이며, 호기심 많은 척 하지만 귀차니즘인 나에게는 늘 귀감이 되는 친구다.


술 한잔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적막하다. 멍하게 양치를 하고 카악 퉤 해도 목이 칼칼하다. 백산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잘까 싶다가 테이블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도 공허하다.


내일의 나는 해야 할 것이 많다. 오늘의 내가 안 했던 일들까지 모두 내일의 내가 해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들어 피곤을 잘 느끼니 일찍 자곤 했다. 그럼에도 피곤했다. 이 종류의 피곤은 잠이 약이 아니었는지, 친구와 손뼉 쳐가며 떠들고 오니 내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업무도 다 쳐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꼬북 꼬북


단발머리가 되었다. 8년째 단골인 미용실 선생님이 평일 이 시간에 웬일이냐 물었다.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 친구가. 그 친구가. 결국 내년에 결혼을 한다고 말했다. 미용실 선생님은 내 머리를 이쁘게 잘라 주셨다. 앞 건물 타사 미용실에 확진자가 두 명 나와서 직원 절반 이상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들은 프리랜서라 무급일 텐데 그동안의 생계가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했다. 마음씨가 착한 언니다. 8년 동안 단골 하길 참 잘했다.


집에 와보니 택배가 와있었다. 2주 전에 주문했던 하얀색 바지다. 블로그 마켓에서 사면 늘 이렇게 배송이 늦는데 왜 알면서도 자꾸 거기서 사는지 모르겠다. 모델 언니가 입었을 땐 이게 아니었는데. 내일 해야 할 일이 또 늘었다. 세탁소에 가야 한다. 기장을 한 뼘이나 줄여야 한다.


소울리스


오전에 브런치에서 알람이 왔다.

60일 동안 업로드를 안 해서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자동으로 발송되는 알람메시지인걸 알지만 나를 보고 싶다는 말이 기분 좋았다.


밤 11시 55분.

이제 자야겠다.


헤브 어 스위트 드림. 바이 바이.



매거진의 이전글 잘못 고른 샌드위치가 글을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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