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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옥 Jun 10. 2023

3대가 함께하는 시간여행

(5살 사진사)


새벽이라기 보단 조금 이른 6시 30분에 일어났다. 다른 날 보다 30분 정도 빠른. 베토가 어제 잠을 자면서 더운지 우는 소리가 났는데 감기 안 걸리고 잘 잤나 궁금했다. 다행히 베토도 일찍 눈이 뜨였는지 7시가 되기도 전에 방문을 열고 배시시 웃으며 나온다. 컨디션이 좋은 듯 보이고 장난감 갖고 노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아침으로 샐러드와 소불고기 볶음을 해서 먹고 터미널에서 8시 50분 버스(201번)를 타고 '제주민속촌'으로 출발했다. 이곳은 라라가 어제저녁에 스마트폰으로 이곳저곳 빠르게 검색하더니 5박 6일 동안의 여행 일정을 짜면서 미리 예약을 했다.

입구 쪽에 작은 호수에 뗏목을 띄워놓았다.

시원한 시간에 민속촌에 들어가 여유 있게 여기저기 돌아보고 베토와 라라와 함께 포토샵으로 마련된 곳에서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특히 베토가 라라와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줬는데 제법 잘 찍혀서 놀랐다. 할아버지가 감탄을 하며 전속사진사로 임명했다. 걷다가 힘들다고 안아달라고 할 때는 여전히 5살 어린아이인데 의견이 분명하고 호기심이 있어 재미있게 민속촌을 체험했다. 투호도 해보고 지게도 등에 져보고.

홍두깨로 다듬이질을 해본다

민속촌의 주막에서 비빔밥과 해장국, 전, 좁쌀막걸리도 먹고 계산을 하려고 내가 일어서 나가자 라라가 '어머니 제가 계산할게요~' 하면서 따라 나오려고 했다. 이것을 본 베토가 '엄마~할머니가 계산하게 냅둬요~' 한다. 그 말을 듣고 우리뿐 아니라 근처에서 식사하시던 분들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들은 5살 어린아이가 하기에는 너무 놀라운 말이라 깜짝 놀라 웃었다. 아마 아들 가족하고 가끔 밖에서 식사할 때 내가 계산하려고 하면 '아니에요 어머니 저희가 계산할 거예요.' 하면서 라라가 했던 말을 들었을 베토가 비슷한 상황에서 툭 나온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베토의 중개로 무사히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고놈 참.


좀 더 돌면서 놀다가 출입구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오메기 떡과 생귤차, 커피, 아이스크림을 서로 기호대로 후식으로 먹었는데 나는 생귤차가 맛있었다. 달달한 간식을 먹어 기운도 나고 기분도 좋아 민속촌 근처에 있는 표선해비치 해변으로 걸어갔다.

민속촌이 넓어서 돌아보기에 어린 베토는 다리가 아파 할아버지 무등을 하고.

고운 모래에 물이 얕아서 베토와 할아버지는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우리는 해안에 앉아 사진을 찍어주었다. 10월이라 아무리 제주도라지만 수영할 일은 없을 줄 알고 베토의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았다는데 해변에만 오면 물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베토를 말리지 못해 걱정이 된다. 다행히 갈아입힐 옷을 챙겨 왔으니 타월만 2장 근처 편의점에서 사다가 물속에서 놀다가 나오는 베토를 닦아주고 옷을 입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표선해비치 해변에서 할아버지와 물에 들어간 베토

베토가 좋아한다는 카레라이스를 해서 저녁을 먹고 책에서 틀린 그림 찾기도 하면서 잘 놀던 베토가 너무 흥이 났는지 식탁에 머리를 부딪쳐 약간 부은 듯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처음에만 잠깐 아프다고 울다가 잘 놀고 양치하고 방에 들어가 책 읽고 잔다고 했다. 그러다 부딪친 머리가 콕콕 쑤신다고 하여 얼음찜질 을 해주고 가져온 맨소래담 연고를 발라주니 잔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에게 놀러 왔다가 다치게 되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마음으로 간절히 베토가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 돌아가기를 기도했다. 어른들 사이에 5살 어린이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 장난기 많은 아이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잠깐 잊고 방심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어른들이 여럿 있을 때 더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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