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운동법 (베리타스 알파 기고문)
올 여름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이 있었다. 수험생에게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가 여름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지구력과 집중력이 함께 저하된다. 더 오래 공부하기 벅차고, 같은 시간 공부해도 효율이 뚝뚝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공부의 성과는 공부시간과 집중효율의 곱하기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체력이 소진되어 집중력과 지구력이 절반씩 줄어든다면 공부의 성과는 4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체력을 바탕으로 공부 시간과 집중력을 예전보다 40%씩 올릴 수 있다면 학습 성과는 이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운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필요하지만 생각과 계획처럼 잘 되지 않는 것 또한 운동이다.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체육시간 이외에 1시간 이상을 운동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3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OECD 국가 평균보다 결코 많지 않은 한국 청소년의 체육 교과 시간을 고려하면 심각한 운동 부족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역시나 과도한 공부 부담으로 인해 시간이 모자르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시간 부족은 단지 핑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나타난 10대 청소년 인터넷 사용 시간은 주당 17시간 이상, 하루 평균 2시간 32분에 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의 주된 목적은 여가 활용과 인스턴트 메신저나 SNS, 이메일 등이 인터넷 사용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하루 2시간 이상의 여가 시간을 쓰고 있으며 이를 대부분 인터넷으로 소비한다는 말이다.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빈 틈을 찾으면 하루 30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운동을 포기하고 공부하는 편이 더 이익인가?
방과 후 저녁 시간에 막상 운동을 시작하려면 해야 할 공부가 떠오른다. 마음 속 양팔 저울에 공부와 운동을 올려 놓고 견주어 보면 대부분의 경우 공부 쪽으로 기울고 만다. 비교 대상을 바꾸어 보자. 일과 후 5시간 내내 공부하는 것과 4시간 30분 공부 더하기 30분 운동 조합을 비교한다면 어떠한가? 당연히 후자가 더 좋아 보인다. 실제로도 공부만 하는 것보다 공부와 운동을 조합하는 쪽이 더 좋은 공부 성과를 만들어 낸다.
운동의 효과
운동의 바람직한 효과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래도 중요하니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운동은 근력을 길러 체력을 증진한다. 익히 알고 있는 대로 근육의 경직과 긴장을 완화한다. 좋은 자세를 유지하고 비틀린 체형을 예방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효과적으로 뇌피로를 해소한다. 운동 중 변화되는 심박수와 땀의 분출은 자율신경의 부조화를 교정한다. 몸과 마음을 날카롭게 찌르는 부정적 기분, 감정을 부드럽게 다듬고 긍정적 사고를 창출한다. 청소년의 뇌신경 발달에 운동은 필수적이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청소년 비만의 예방과 치료 효과가 크다.
공부를 잘 하게 만드는 운동의 특별한 효과
운동은 간접적이고 직접적인 양쪽의 방식으로 공부를 잘하도록 뇌를 돕는다. 인간의 뇌는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거미줄보다 촘촘히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운동은 좋은 신체 환경을 조성하고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한다.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성질인 가소성을 지닌 뉴런과 시냅스의 형성과 운용에 도움을 준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효율적으로 만들어지고 쓰이는 데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좌뇌와 우뇌 사이]의 저자 포투히 박사는 운동이 BDNF(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 산소 공급량, 뇌 혈관 숫자의 증가를 통해 뇌 활동을 건강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운동은 뇌라는 최첨단 컴퓨터가 잘 돌아가게 하고 수시로 업그레이드하여 점점 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게 한다.
공부 잘하는 운동의 원칙 4가지
세계보건기구는 미성년 학생들의 경우 중간 이상의 강도로 매일 60분 이상 운동하도록 권장한다. 여기에는 유산소운동과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포함되어야 한다. 수험생의 현실을 고려하면 약간의 변형과 응용이 필요하다.
첫째, 운동은 언제 해야 하는가? 일부에서는 공부 하기 전에 운동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뇌과학에서는 공부 전에 하는 운동, 공부 후에 하는 운동 모두 각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공부 전에 하는 운동은 뇌의 효율과 집중력을 높이고, 공부 후에 하는 운동은 장기기억을 향상시킨다. 밤낮으로 하루 종일 공부하는 현실에서는 운동과 공부의 앞뒤 순서와 상관없이 운동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저 틈나는 대로 운동을 하면 된다.
둘째, 개인적인 운동에 하루 30분만 사용한다. 준비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운동 시간이 30분을 넘기면 매일 하기 부담스럽다. 헬스클럽에 가서 역기를 들고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갈아 입어야 하는 운동은 시간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상 생활의 일부를 운동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5층 이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계단을 이용하고, 버스나 지하철로 통학할 때는 한정거장 먼저 내려 걷도록 한다. 느릿느릿 걷기보다 빠르게 걷거나 뛸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철봉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라도 턱걸이를 하거나 매달려 본다. 아침 저녁 잠자리에 들고 날 때 책상 의자를 집어 넣고 팔굽혀펴기를 30회 정도 하는 것으로 일상적 습관을 삼아도 좋다. 수업 사이 쉬는 시간 가만히 앉아 있기 보다는 스쿼트로 하체를 단련한다. 10분의 쉬는 시간 중 3분씩만 투자해서 하루 여러 차례 반복하면 된다. 부족한 30분은 정규 체육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채울 수 있다.
셋째, 주말의 여가 활용으로 운동을 선택한다. 중독성 있는 게임처럼 재미와 즉각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능하면 승부를 겨루는 구기 종목이나 기록을 측정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시합을 이기거나 멋진 플레이를 하고, 향상되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으면 즉각적인 보상을 경험하여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는 멀리 사라진다. 농구 축구 탁구 배드민턴 등의 구기종목을 통해 사회성과 협동심 그리고 스포츠맨쉽을 기를 수 있다. 달리기와 수영은 거리와 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변화와 발전을 통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쏟아진다.
마지막으로 운동을 만능키로 사용한다. 장시간 공부로 인해 뇌의 피로가 쌓여 있을 때 숨찬 운동으로 땀을 흠뻑 쏟고 나면 상쾌한 기분과 함께 머리가 맑아진다. 마찬가지로 시험을 망치거나 학교 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 한바탕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새로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좋지 않은 몸 상태와 기분으로 꾸역꾸역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친해지고 싶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본다. 좋은 친구를 사귀고 인간 관계가 좋아진다. 공부와 운동의 조화를 통해 문무를 겸비하기. ‘핵인싸’로 가는 지름길이다.
‘Yesterday you said tomorrow’
누군가의 말처럼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더 오래 공부할 수 있게 한다. 이토록 좋은 운동을 왜 시작하지 않는가? ‘Yesterday you said tomorrow’ 유명한 스포츠 회사의 광고 문구 중 하나다. 운동을 시작하기 제일 좋은 때는 바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