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 내로남불

by 로그모리

"다리 좀 떨지 말라니까."


'왜. 복 나간다고?'


"몇 번이나 보기 싫다고 말했잖아.

그게 그렇게 어려워?"


'이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까지 말할 거야 이게?'


"내가 말하는 건 부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듣는 거지 이제."


'말이 왜 그렇게 가는데.'


"아니 그렇잖아. 어려운 것도 아니고

고작 이런 것도 안 듣는데 어쩌라고."


'그래. 알았다.'



참 모질다.

이게 별거라고.


부드럽게 말할 수 있지 않나.

그리 심각할 일인가.


너도 다리 떨면서.

나한테는 왜 날카로운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딱 그렇지 않은가.



물론 각자만의 기준이 있다.

개인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영역.


나도, 너도 분명히 존재한다.

스스로 정한 기준이란 쉽게 변하지 않으니.


하지만 관계를 고려하면

그러지 않아야 되지 않나.


별 거 아닌 일들이 쌓이고

그 안에 감정이 담기며.


우리는 서로에게 아쉬움을 품고

불편한 마음이 자라나게 된다.



사람은 얼마나 얄팍한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다.


스스로는 용서할 수 있지만,

그에게는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참 재밌다.

어쩜 이리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지.


삶은 모순이다.

우리는 모순의 연속이었다.



체념하게 된다.

양보하지 않는 서로를 마주하며.


그래, 됐다.

그래, 네가 맞지.

그래, 내 잘못이지.


이 간단한 표현 아래

담긴 마음은 얼마나 깊은지.


감정의 골이 깊어질수록

서로를 향한 마음이 오염된다.


어째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걸까.



체념하는 순간은 어쩌면 기회이지 않을까.

양보해야 하는,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을 알려준다.


아주 잠시만 그대의 생각을 이해하려

진정으로 들으려 노력한다면.


내려놓음으로 맞춰가는 마음이고

이해하려 노력함으로 이어지는 관계.


진심으로 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사람은 간사하도록 설계되었으나,

그를 부정하려 애쓰는 마음.


이 마음이 체념을 넘어서는

시도이자 기회이지 않을까.



때로는 그를 위해 포기해야 한다.

때로는 나를 위해 설득해야 한다.


잘 맞기에 좋아하고

다르기에 좋아하던.


우리의 관계는 더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게 된다.


내로남불이면 어떤가.

그럼에도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할 뿐.



마음은 맘처럼 되지 않는다.


영원히 내 편인줄만 알았던

영혼의 단짝인 줄 알았던.


어느새 나는 마지막 기회를 말하고,

그를 저버리며 체념하기 시작한다.


저울질을 시작한다.

나의 실망과 그대를 아끼는 마음 사이에서.


무엇이 더 중한가.

글쎄, 다를 수도 있겠지.


하나 분명한 건

우리의 관계를 점검하고 있다는 것.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기라는 것.

내 삶의 방향은 스스로 판단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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