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 자기혐오

by 로그모리

'오늘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와.'


...


"왜 이리 춥지. 빨리 어디 들어가자."


'오늘 춥다고 말했잖아.

미리 얘기도 해줬는데 왜 안 듣는 거야?'


"아 미안해. 추워도 내가 춥지 왜 그래."


'지금 너 나 따지는 게 아니잖아.

걱정해서 말해도 안 들으면 어쩌라는 거야.'


"그래 내가 잘못했다."


'그 말이 아니잖아. 하.. 아니다.'



마음과 달리, 과격한 표현으로

날카로운 말로 전한 적 있는가.


아마도 꽤 많은 순간에

우리는 다른 표현을 한다.


지금은 말을 하기 전

생각과 감정을 분리하려 노력한다.


물론, 여전히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 노력한다.


나의 날카로운 말들은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그 시간을 조심스레 돌아보고자 한다.



감정은 언제나 생각보다 먼저

나를 감싸 안는다.


일부러 멈추지 않는다면

감정이 먼저 튀어나온다.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춥다고 미리 말한 건,

그대가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다른 감정을 덧씌운 채

말을 건네면 전혀 다른 마음이 된다.


더 이상 걱정하는 마음이 아닌

말하지만 듣지 않는 서운함만 남는다.


말하다 중간에 끊어 버리는 순간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마음과 달랐다.


뒤늦게 멈춰버리는 표현들은

이미 전해진 감정들로 이어 쓰게 된다.



감정으로 이어 써진 이야기는

각자의 오해로 채워진다.


오해로 쌓인 생각들은

결국 체념에 가까워진다.


대화를 포기하는 순간

각자의 벽 뒤에 숨는다.


됐다.

아냐.

그래.


대화가 되지 않는 답답함도 있지만

포기하는 마음도 함께 생긴다.


체념을 하며,

동시에 스스로 자책하기도 한다.



꼭 그렇게 말해야 했을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진정으로 전하려는 마음은 뭐였지.

싸우려고 말한 건 아닐 텐데.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지금 최선을 다 하지 않고.


아쉬운 순간들은 대개

늦은 후회와 자책으로 돌아온다.


상처 입기는 쉬우나,

다시 돌이키기는 어렵다.


그렇게 각자의 오해로 쓰이며

각자 체념하고 멀어지게 된다.



어린 날의 나만 그랬을까.

어쩌면 오늘의 나도 그럴까.


지레 짐작하여 오해로 채운 생각은

여전히, 오늘도 쌓이고 있다.


그렇기에 다시 다짐해 본다.

표현도, 생각도 잠시 멈추기를.


결론을 내버리기 전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떠올리기를.


마음도, 의도도 그대로 담겨

감정으로 싸여있지 않고 전달되기를.


복잡한 생각 대신,

단순히 마음을 전할 수 있기를.



우리가 놓치는 많은 대화는

각자의 오해가 쌓이는 틈을 준다.


체념하며 사라지는 순간들을

대화하며 함께 써내려 가기를.


마지막으로 부디,

자책하지 않을 순간들로 채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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