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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인 Dec 13. 2024

출근길, 저혈당 쇼크를 경험하다

출처: Pinterest

주말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아침에 눈을 떴다. 게다가 오전은 집에서 재택근무 후에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무실에 출근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점심을 뭐 먹을지 혼자서 즐거운 고민을 했더랬다.


그렇데,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사내 메신저에 갑자기 불이 나기 시작했다. 팀장님이 나를 갑자기 호출하기 시작했는데, 메신저에 내 이름이 태깅 된 것을 본 순간부터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던지.


회사 생활에 충분히 적응했다 생각했고, 나름 멘탈이 약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좀 달랐다. 그리고, 여유 있게 출근하겠다는 호기로웠던 계획이 바로 무산되며 정신없이 옷을 입고 집 밖을 나섰다.


분명히 몸을 편하게 움직이기 힘들 만큼 두꺼운 점퍼를 입었는데 이상하게도 찬 공기에 뼛속이 아린 느낌이 드는 이유는 왜였을까? 오늘 날씨가 유독 춥나? 아니면 어제 좀 춥게 자서 몸살 기운이 있는 건가? 갸우뚱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평소엔 아무리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중심을 잘 잡던 나였는데 이상하게 몸이 휘청휘청, 혹여나 넘어질까 싶어 손잡이를 빠르게 잡았다.


그리고, 버스에서 지하철로 환승하는데 그때부터 내 몸의 증상은 빠르게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오한이 온 것처럼 몸이 뻣뻣하고 경직되더니 양손을 서로 마주 잡지 않았음에도 내 손이 차갑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20분만 지하철을 타면 되기에 그 시간을 잘 버텨보려고 했는데 5분쯤 흘렀을까? 그때부터 속이 메스껍기 시작했다. 어제 과식을 해서 이런 건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했는데, 증상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릴까? 고민하던 중, 이런 내 맘도 모르고 지하철 문은 쾅 닫혔다. 다음 역 정차까지 고작 2-3분 남짓 한 시간이지만 나에겐 20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무심하게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내가 여기서 쓰러져도 아무도 날 챙겨주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정신을 차려 보기로 결심을 했다. 심호흡을 하고,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니 지하철의 문이 열렸다. 


인파와 함께 역에서 내렸는데, 갑자기 그 순간 머리가 핑 돌더니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 난 눈앞에 보이는 벽에 몸을 잠시 기대고 심호흡을 몇번 했다. 화장실로 얼른 달려가고 싶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계단을 보니, 왜 이렇게 높고 가파르게 느껴지던지. 겨우 계단을 올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눈앞이 흐리게 보이는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시력이 반의반은 떨어진 것처럼, 눈앞에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제대로 사물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어찌나 무서웠는지 귀도 잘 들리지 않고,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웅웅 거리는 소리가 나를 에워싸는 순간, 화장실 이정표를 보고 저까지만 어떻게 가보자며 몸을 이끌었고,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빈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뜨니 뿌옇게 보였던 눈앞이 좀 더 선명해졌고 정신이 아까보다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위에서 느껴지는 쓰린 통증과 함께 그렇게 화장실에서 10분 정도 정신을 차리려 손도 씻고 입도 헹구고 나오니, 얼른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당이 떨어졌다는 걸 느낀 후에 주변을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근처 노점상에서 떡을 사들고, 하나를 입안에 넣고 나니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무실에 도착했고, 노트북을 켜고 급하게 터진 일의 뒷수습을 하고 나니 허기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플 줄을 알았던 건지 편의점에서 1+1으로 사고 놔둔 죽 하나를 들고, 회사 라운지에서 허겁지겁 먹고 나니 추워서 덜덜 떨리던 몸에 온기가 올라오고 마음에도 안도감이 들었다.


출근길에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아 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빠르게 전했고, 동생 말로는 저혈당 쇼크인 것 같다고 했다. 쇼크라고 하니 괜스레 무서웠지만 저혈당 쇼크에 대해서 찾아보니 내가 오늘 아침에 겪었던 증상과 거의 유사했다. 오한과 경련,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중 시력, 메스꺼움, 구토 등.


얼마 전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을 때, 당 수치는 크게 문제가 없어 앞으로 맘 놓고 좋아하는 과자 실컷 먹어야지 다짐했건만, 저혈당 쇼크에 대해서 찾아보니 평소에 당 수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저혈당 쇼크를 막기 위해선 공복 시간을 길게 가지면 위험하다고 하니 앞으로 아침을 좀 더 잘 챙겨 먹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라고 하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회사를 그만두면 나으려나? 고민을 해봐도 답이 안 나와서 우선 아침이라도 챙겨 먹어보는 걸로.


연말 액땜인지, 한 살 더 먹기 전에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는 금요일 출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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