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그 직업을 통해 돈을 벌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얼마 전 지금의 회사에 이직한지 딱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마케터로서 3년 차가 되었다. 첫 사회 생활은 유학의 경험을 살려 영어 학원 강사로 시작했고, 그 이후 전시 기획 분야와 온라인 영업을 거쳐서 내가 원하는 일을 조금은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하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나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일지 스스로 수없이 고민하고, 시도하며 마케터가 나를 대변해 줄만큼 꼭 맞는 직업이라고 확신했지만 알게 모르게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이직할 땐 몰랐지만, 지금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정말 수많은 주니어 마케터들이 있다. 시니어의 수는 극 소수이며, 관리자급의 시니어가 들어왔지만 그는 결국 오래 버티지 못했다. 주니어를 가르치는 주니어. 게다가 수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 틈 사이로, 2000년대에 태어난 인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X세대가 된 것처럼 그들과 격세지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마케터라는 직업의 수명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건 올 하반기부터였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문득 마케터에게는 결국 타고난 혹은 길러진 센스와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 생각의 틈 속에서 문득 30대 중반, 혹은 40대가 되면 마케터로서 돈을 벌며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마케팅은 결국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빠른 실행력을 가진 주니어들이 늘 자리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단 확신이 든달까? 연차가 쌓이면 물론 어떤 직군이든 관리자급으로 올라가는 건 당연하겠지만, 다른 직업보다 마케터로서 현업에서 오래 버티는 일은 어쩌면 더 어려울 수 있겠단 판단과 함께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내 고민을 동생이 알아차렸는지 나에게 진지하게 공기업 시험 준비를 권유하기도 하고, 더 안정적이고 좋은 회사로 이직하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회사는 결국 돈을 버는 곳이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고. 행복은 회사 밖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결국 중요한 건 돈이 맞다고.
씁쓸하게도 고집스런 내 생각에도 균열이 생겼는지, 동생의 현실적인 말들에 진지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나보다. 가끔씩 찾아오는 불행을 가볍게 무시할 만큼 더 강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이 꿈은 갖고 살아야 한다고 확신했던 나였는데, 3포 세대라는 단어와 그 단어를 실현하는 이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생각도 든다. 현실의 장벽 앞에서 내가 갖고 있던 꿈들이 원치않게 작아지는 걸 보니 말이다.
물먹은 솜 마냥 마음이 한없이 무거운 첫 주의 시작.
내가 정말로 찾고 싶은 건
또 다른 변화일까 혹은 안정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