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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호 Feb 22. 2021

백신 1호는 대통령?

조만간 한국에서 접종이 시작될 코로나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1호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제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나도 한마디 하고 싶어 진다. 그냥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모든 의료 행위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원칙에서 벗어날 이유는 없다. 본인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스스로 접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1호 접종자가 되는 것도 좋고, 국가에서 정한 순서에 맞춰 접종하는 것도 괜찮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으면 맞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런 불필요한 논쟁이 일어난 원인은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실수 때문이다. 임상 시험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그 과정이 상당히 허술했다. 그래도 몇몇 나라에서 백신 접종을 개시하는 데 성공했고, 다행히 그 나라에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훨씬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것이다. 처음에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현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를 걱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의 식약처에서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접종을 허가했기 때문에, 더 이상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의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통령이 맞아야 안전한 백신이 아니라, 식약처가 허가하면 안전한 백신이다.  


근본 원인은 아스트라제네카지만, 한국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도 했다. 식약처에서 65세 이상 연령층에도 백신을 허가했기 때문에, 질병청의 처음 계획은 65세 이상에도 접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안 좋았는지, 질병청은 며칠 만에 65세 이상은 보류하고 추후 결정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백신 접종 직전에 접종 대상을 축소하는 계획 변경은 치명적이었다. 아무 문제없는 백신에 대해 불신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고, 그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질병청에서 처음 계획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썩 좋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접종 대상자들의 90% 이상이 접종에 동의를 했다. 정작 맞을 사람은 걱정이 없는데, 국민이 괜한 걱정을 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높은 동의율이다.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1차 접종자들이 정말로 백신이 간절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일하고 있는 곳, 입원하고 있는 곳은 코로나가 침투했을 때 매우 치명적인 곳이다. 백신이 곧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불신과 불안을 따질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많이 불안하겠지만, 실험이 아닌 이미 검증된 백신을 맞는 것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접종했으면 좋겠다. 1차 접종대상자들이 성공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기를 기원하고, 그들의 성공이 이어질 전 국민 접종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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