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보장된다면 당연히 버스다. 하지만 버스와 지하철은 워낙 장단점이 명확하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버스가 좋은지 지하철이 좋은지 논쟁을 벌이는 것 같다.
내가 버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버스에서는 사람이 아주 많지 않은 이상 한 방향을 보고 앉아 있게 되고, 자리가 꽉 차있어도 나만의 공간이 보장된 느낌이 든다. 지하철에서는 자리에 앉아 있어도 앞자리의 사람과 마주보게 되고, 서있으면 물론 사람의 파도가 오고 가서 한순간 휩쓸릴 것만 같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내리는 위치를 또 어찌나 신경들을 쓰는지. 새내기 때 한 번은 교대에서 10번째 칸에 타 있으면 3호선으로 환승하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린다는 걸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신도림에서 탔다가, 3호선 환승을 원하는 사람들이 계속 타고 타기만 하는 통에 결국 내가 내려야 하는 서울대입구 역에서 내리지도 못한 적이 있다. 소심해서 내릴게요 하고 소리치지도, 밀치고 내리지도 못했다. 결국 난 어디까지 가는 걸까 침울해하며 버티고 버티다가, 교대역에서 자의도 아니고 사람들이 휩쓸려나가는 틈에 함께 나가졌(?)다. 그 후로는 가능하면 사람들이 절대 환승을 위해 택하지 않을 것 같은 칸으로 골라 탄다. 그래도 지하철은 정시성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지하철에 질려버린 나는 버스로 단일 노선이 있으면 버스를 택하게 되었는데, 버스는 상대적으로 쾌적한 대신 도착 시간을 예상할 수가 없었다. 30분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하면 4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정도 편차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까, 더 많이 밀리는 때도 있었다. 한 역에 정직하게 2분씩 걸리는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교통 신호나 교통량 등,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기사님의 변수 역시 나에게는 크게 느껴졌다. 지하철을 탈 때는 운전사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종착역에 가서야 교대하는 기사님들의 모습을 우연히 볼 뿐이다. 그러나 버스에서는 기사님의 기분이나 표정, 음성이 다이렉트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가끔 화가 많은 기사님을 만나면 나까지 긴장하게 된다. 저번에는 한밤중에 버스를 타서 손님은 나밖에 없었는데 기사님이 옆 차선의 오토바이 운전자와 싸우시는 바람에 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평균적으로는 참 좋은 대중교통이지만, 그만큼이나 변수는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황금 밸런스를 가진 두 대중교통이기에, 나는 동선을 고려해서 교통수단을 고른다. 지하철로 세 번 갈아타야 하는데 버스로는 1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으면, 밤에는 웬만하면 버스를 타고 출퇴근 시간엔 그래도 지하철을 타는 등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사적이고, 저렴하면서, 탄소 배출도 적은 나만의 교통수단이 있었으면 하는 불가능한 소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