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가족에게 종속되다시피 살아온 주부에게 운전을 배우는 일은 각별하다고 한다. 운전대를 잡으면 자유로워지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에게서 들었다. 나는 자유가 절실해서 운전을 배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어른이 되자마자 배워야 하는 스킬은 아니지만 어른의 어느 시점에는 독립된 하나의 인간으로서 배워두면 좋을 것 같은 기술이라는 생각은 든다.
미짱은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자율주행 자동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만짱은 운전을 지독하게 싫어했다. 하지만 운전을 싫어하는 것과 운전을 아예 못하는 것과는 백만 광년 정도의 간극이 있다. 만짱은 운전을 그래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대학 논술 시험에 나를 데려다주었고, 내가 심하게 아플 때 응급실에도 데려다주었다. 내가 어릴 때도 만짱은 운전과 맞지 않아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어린 자식이 있는 부모는 차를 끌고 병원에 갈 일이 종종 생긴다는 것 때문에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상적으로 차를 사용하는 집이 아니더라도, 가용할 수 있는 차가 아예 없는 경우와 그래도 필요할 때는 운전할 수 있는 경우가 다르다.
이제 나와 내 동생이 어른이 되어 만짱의 힘 없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만짱의 운전 빈도는 급격히 줄었다.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차를 방치한다. 나는 교외로 친구들과 놀러갈 때 주로 만짱의 차를 빌렸다. 아빠, 몇월 며칠부터 몇월 며칠까지 차 좀 써도 돼? 하면 안 된다는 적은 거의 없었다. 만짱이 거의 운전을 안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와 친구들은 대중교통으로 닿지 않는 맛집과 숙소를 잘도 놀러다녔다.
한번은 늘짱이 새벽에 축구를 보러 CGV를 간다는 적이 있었다. 내가 만짱의 차를 빌려 새벽 두 시에 운전해서 늘짱을 데려다주었다. 시험기간이어서 같이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만큼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낀 날이 많지 않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건 꽤나 소중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