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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르 Jan 11. 2024

[별글] 206_ N잡의 시대

  N잡을 원해서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 그런 사람은 본인이 하는 일이 너무 단조로운 나머지, 또는 여러 분야에 욕심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퇴근 후에 유튜브를 편집하는 공무원이라거나. 아니면 현실과 타협해 꿈을 애매하게 이룬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교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거나(난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왜 n잡인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고 받기 때문이다. 


  나에게 지금 정기적인 일은 과외 두 개이다. 하나는 예술 계열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영어 과외 하나,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사촌 동생의 수학 과외 하나. 그저께 갑자기 시작한 학원 일도 있다. 일 주일에 한 번 초등학생들에게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일인데 아직 한 번밖에 진행을 안 해서 정기적인 일이라고 불러도 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비정기적인 일로는 글을 쓰는 여러 일이 있다. 블로그 원고로 주급을 받기도 하고, 논문 멘토링이나 영문 초록 번역을 맡기도 하는데 모두 정기적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시험 감독을 하러 가기도 하고 가끔은 키즈모델 촬영 보조를 하기도, 학교에서 진행되는 공연의 스태프를 맡기도 한다.


  정기적인 직업 대신 n잡을 가지는 것의 장점은 역시 자유일 것이다. 매일 출근해야 하는 일상은 돈을 주는 감옥에 다니는 기분이었다. 출퇴근길의 지옥철은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모든 걸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나라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아니면 스트레스로 인해 소비하는 지하철에서의 비용으로 월급을 모두 탕진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그때에 비해 비교적 일하고 싶은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은 자유롭다. 눕고 싶으면 누울 수 있고, 근무지를 이탈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근무지가 여러 곳인 지금이 훨씬 다채롭고 행복한 삶이라고 느껴진다. 


  이렇게 여러 가지의 일을 하다보니 어떨 때는 일 여러 개가 겹친다. 과외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문 초록 번역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블로그 원고 알바를 한 날도 있다. 그런 날이면 괜히 오늘 하루 벌어들인 돈을 헤아려보기도 한다. 어떨 때는 이런저런 알바 만으로 하루에 20만원의 수입을 벌기도 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벌면 한 달이 얼마나 풍족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나를 정말 많이 소진한 날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절대 그렇게 살 수는 없겠다. 그러니 월 600만원의 수준에 소비를 맞추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말 그대로 있는 대로 일을 다 받아서 하던 시기도 있는데, 이제는 n잡을 하면서도 워라밸을 챙기고 있다. 요즘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열심히 일하고 목요일부터 일요일엔 조금 쉬어 가는 시간을 가진다. 이렇게 말하니 주3일제를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멋진 사람 같지만 사실 그냥, 방학을 누리면서도 경제적으로 조금은 행복할 방법을 타협한 거랄까. 이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늘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 과정에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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