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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르 Feb 13. 2024

[별글] 220_ 취향의 변화

  취향의 변화는 늘 반갑다. 사실 나의 경우에는 취향이 변한다기보다 새로운 취향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세계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릴 땐 곱창을 안 먹던 사람이다가 '곱창'이라는 단어만 봐도 침이 흐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어릴 때 사실 곱창을 싫어했다기보다는 어른이 되어서야 처음 먹어보았다. 아마 어릴 때 누군가 권했어도 손을 댈 엄두를 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비주얼부터 호불호가 갈릴 법한 음식이기는 하니까. 언젠가 딱 적절한 시기에 미짱은 나와 늘짱을 곱창집으로 데려갔고 그 이후로 그 맛에 홀딱 반한 나는, 곱창을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라 여기게 되었다. 


  이처럼 대부분 내 취향이 변했다고 말하는 건, '이 좋은 걸 왜 몰랐지?'에 가까운 감정이다.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마음껏 입어본 샤랄라 원피스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만난 내 취향의 작가님들도 사랑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대상이다. 끝없이 취향을 확장하는- 새로이 좋아하게 되는 건 있어도 좋아하던 건 잘 싫어하게 되지는 않는- 특성 때문에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다. 


  변하지 않지만 한 군데 오래 머무르지 않고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취향 덕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는 오래된 취미의 정주행이다. 특히 한때 푹 빠졌던 대상이라면 더욱 좋다. 오래 빠져있었을 수록 돌아볼 거리는 많다. 특히 덕질이 그렇다. 나는 요즘 예전에 빠졌던 가수 윤하에게 뜬금없이 다시 빠져 덕질 수준까지 이르렀는데, 330곡이나 된다는 그녀의 전곡을 시간 순서대로 듣는 나날이었다. 그 음악에는 나의 열넷, 열다섯, 열여섯이, 열일곱과 열여덟이 묻어 있었다. 내가 외롭고 헤매일 때 나의 곁을 지켜주던 음악이, 그때의 나이의 두 배가 되어가는 지금의 나에게 그대로 반갑게 달려왔다. 변화랄 게 있다면, 그때는 홀대하던 수록곡도 오랜만에 들으니 벅차도록 반갑게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이런 성향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웬만하면 새로운 대상에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다. 어디 한 번 맛보여줘봐. 좋아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굉장히 나의 취향이 아니라고 검증된 카테고리에 들어있지만 않으면, 열린 마음으로 '찍먹'을 한다. 혹시나 마음이 동하면 권한 사람보다도 내가 빠져버릴 수도 있다. 무한정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죽을 때까지 내가 마음의 문을 꽉 닫아서 안 열겠다 생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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