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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글] 36_ 팬더마우스

by 벼르
c366eb563f12db32c97d65cd63a589ae.jpg 구글에서 퍼온 팬더마우스 사진

생소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세상엔 팬더마우스라는 쥐가 있다. 하얀 몸에 까만 얼룩이, 그것도 귀 쪽에 주로 얼룩이 생겨서 팬더 쥐라고 불리는 것 같다. 그런 귀여운 팬더마우스를 한참 길렀었다. 기르기 시작한 이후로는 기억이 선명한데 이상하게 집에 데려온 계기가 기억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팬더마우스 두 마리가 있었고 그들의 이름은 밀크와 초코였다. 갈색과 흰색도 아닌데 왜 밀크와 초코냐고 묻는다면, 아주 자세히 보면 그들의 털이 검정이 아니라 아주아주 짙은 갈색이라 답하겠다.


나는 밀크와 초코를 아주 사랑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꼬리까지도 사랑했다. 햄스터를 좋아하는데 쥐는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꼬리 때문에 싫다고 했다. 쥐의 꼬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팬더마우스는 손을 타는 걸 좋아하는데, 사실 끝없이 걷는 일을 좋아하는 건 햄스터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햄스터는 손보다 쳇바퀴를 좋아한다면 팬더마우스는 손을 더 좋아한다는 거였다. 오른손에 팬더마우스를 두고 그 앞에 왼손을 두면 팬더마우스는 왼손을 향해 걸었고 그 앞에 다시 오른손을 두면 다시 오른손을 향해 걸었고... 사실상 인간 쳇바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는 밀크와 초코를 사랑했기 때문에 인간 쳇바퀴를 기꺼이 자처했다.


밀크는 얼굴이 흰색이고 귀 쪽에 까만 얼룩이 있는 팬더마우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위의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듯도 하다. 초코는 얼굴이 까맣고 귀 쪽이 하얬다. 그래서 보통의 팬더마우스랑은 조금 다르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밀크가 암컷이었고 초코가 수컷이었는데, 그들이 햄스터와 닮은 부분은 새끼를 많이 낳는다는 지점이었다. 그들은 곧 새끼를 낳았고 분홍색 꼬물거리는 덩어리들이 밀크에게 매달려 젖을 빨았다. 나는 그때 일종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사실 당연하긴 하지만, 저렇게 작아도 젖이라는 게 있고 또 그걸 새끼들이 빨아서 생명을 유지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새끼들을 한없이 같이 둘 수는 없어서 나는 또 그 아기들을 친구들에게 분양했다. 그 와중에 햄스터를 길러 본 경험이 있는지, 반려동물을 기를 만한 여건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잘 돌볼 것 같은 친구에게만 분양했다. 그렇게 꼬물거리는 새끼들은 D에게, P에게, A에게 떠났다.


사실 식목일에 더 적합한 주제는 식물을 길러본 경험일 것이다. 얼마 전 원예수업에서 교수님께서도 식물에는 '기르다', 동물에는 '키우다'라는 표현을 쓴다고 하셨다. 하지만 한 생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책임져본 경험은 아무래도 팬더마우스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크와 초코는 아주 앳된 얼굴을 할 때부터 내 손을 타고, 햄스터볼 안에서 산책을 하고, 해바라기씨를 까고(사실 햄스터랑 진짜 비슷하다), 톱밥으로 산을 만들고, 털 색이 점점 연해지다가 내 곁을 떠났다. 나는 그들로부터 애지중지 다루어도 생명이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곁을 지키던 한 생명이 꺼지고 나면 굉장히 쓸쓸하다는 사실을, 쥐의 꼬리는 실크로 만든 스카프처럼 손을 부드럽게 스친다는 사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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