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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혜윰 Jul 04. 2024

질문해도 괜찮아!

궁금한 건 질문하기

경주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중 어느 날이었어요. 아침 일찍 불국사로 향하며 아이들에게 한 초등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어요. 50년 전 불국사를 견학 온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백운교를 보고 궁금증이 생겨 선생님께 질문을 했데요.


“선생님, 저 위아래 다리의 돌 모양이 왜 정반대예요?”


‘불국사’ 가면 꼭 사진을 찍는 포토스폿 아시죠? 대웅전 앞 자하문으로 가는 돌계단 청운교(위)와 백운교(아래)가 한눈에 보이는 그 장소 말이에요. 그 두 계단 중 백운교를 보며 한 말이었어요. 백운교는 무지개를 닮았다고 해서 ‘홍예교’라 불리는데, 세계에서 유일한 쌍무지개라 ‘쌍홍예’라고도 해요.


아이의 질문을 그냥 넘기지 않은 선생님은 학계에 문의했고, 과학계는 발칵 뒤집혔어요. 1300년 동안 잠들어있던 불국사의 건축 비밀이 밝혀진 것이죠. ‘쌍홍예’는 신라시대 때 구현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기술로 지은 완벽한 내진 설계를 갖춘 계단이었어요. 실제로 수많은 지진과 전쟁 속에서도 백운교만큼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답니다.


이 학생의 이야기를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눈에 보이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지나가지 않고 호기심을 가진 아이의 시선과 아이의 질문을 흘려 넘기지 않고 문의를 한 선생님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어요. 그래서 불국사를 가는 길에 아이들에게 이 일화를 들려주며 호기심이 생기면 언제든지 질문을 하라고 했어요. 너희의 호기심이 역사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면서요. 그랬더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것까지 질문을 하더라고요. 엄청난 질문의 바다에 빠지기는 했지만,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림책 <왜냐면…>을 보면 아이는 엄마에게 끝없이 질문을 해요. “비는 왜 와요”라는 질문에 과학적 정답 대신 비를 피해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새가 울어서 그래~”라며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줘요. 그렇게 꼬리물기로 질문은 계속 이어지고, 엄마는 그 질문에 재치 있게 대답하며 아이의 세계를 넓혀줘요.


이렇게 아이는 커가며 질문 나라에서 온 시기가 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질문을 하죠. “왜”라는 단어가 너무나 싫어지는 때인 거 같아요.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인 만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해요. 하지만, 그만큼 엄마는 힘들어지고 해야 할 일들에 사로잡혀 아이가 질문을 할 때마다 이렇게 대답하죠.


“나중에…”


2010년 9월 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줬지만 아무도 질문을 하지 못했어요. 이때 ‘질문’은 커다란 이슈로 떠올랐고,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질문을 안 한다고 하며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어요.


왜 질문을 안 할까요? 안 하는 걸까요, 못하는 걸까요?


생각을 해보면 둘 다 일거예요.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질문’의 수준이 나의 지식수준으로 보일까 봐 주저하는 거죠.


아이가 질문 나라에서 온 그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아이가 질문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해요. 아이의 질문 그 자체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은 없어요. 정말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거고, 이미 알고 있는 일이라면 확신이 없어 확인하는 거니까요. 바로 답을 해주거나 정답을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함께 자료도 찾고 검색도 하며 답을 찾아보거나,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면 되니까요.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기억에도 오래 남아 있어요. 


중요한 건, 질문한다는 것은 멋진 거라고, 그러니 질문해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거예요.


커버 : <왜냐면…/ 안녕달/ 책읽는곰> yes24 표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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