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직장 입사 준비 이야기
재직 중에 이직할 직장이 정해져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우선 나는 너무나도 휴식이 간절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휴가가 자유롭지 않아 재직 중에 이직이 힘든 점도 한 몫했다. 면접이 잡혀도 면접일에 휴가를 내지 못하면 면접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유로 일단 쉬었다. 늘어지게 낮잠도 자보고, 밤늦게까지 보고 싶었던 드라마도 보고 편하게 쉬었다. 다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은 마음속에 있었던지라 수시로 올라오는 공고를 확인했다.
퇴사 후 한 달이 될 무렵, 한 제약회사의 공채 공고가 떴다. 평소에도 가고 싶었던 곳이어서 정성 들여 자소서를 썼다. 원서 접수를 하니 집으로 우편물이 날아왔다. 이 회사는 수기로도 자소서를 제출해야 한단다.(이 시점이 온라인 서류 합격 전인지, 후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수기 자소서라니.. 정말 옛날이다.) 못 쓰는 글씨를 최대한 바르게 쓰려고 노력했다. 서류를 합격하고 1차 면접일이 잡혔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라 면접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첫 병원 면접도 어찌나 벌벌 떨었던지.. 분명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에 약사가 너무 부족해서 운이 좋게도 지원자 모두가 합격했다. 회사의 면접 일정이 잡히자 나는 또 너무나 긴장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면접 준비는 다 했던 것 같다. 제약회사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해당 회사의 면접 정보를 찾았다. 그 회사 면접 때 주로 물어보는 질문과 일반적인 면접 질문을 리스트업 해서 답변을 작성하고 달달 외웠다. 특히나 나는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경력을 제일 열심히 정리했고, 회사에서는 다소 관심 없을 것 같은 조제 경력보다 약품정보실 업무를 자기소개에 녹이려고 애썼다. 툭 치면 줄줄 읊을 수 있도록 예상 답변을 외우고 또 외웠다. 샤워하면서, 밥 먹다가, 자려고 누웠다가도 중얼중얼 외웠다. 나서서 말하는 걸 두려워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나지 않은 나에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면접 날이 되었다. 혹시나 늦을까 봐 면접 시간보다 1시간 일찍 갔다. 주변 카페라도 들어가서 면접 준비를 할 요량으로 갔는데 주변에 문을 연 카페가 없었다. 날이 좀 쌀쌀해서 덜덜 떨며 주변을 서성거리다 시간 맞추어 건물에 들어가니 다양한 부서에 지원한 합격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4명인가 5명 단위로 면접을 봤고, 다행히도 내가 준비한 답변에서 질문이 나와 무난히 답했다. 준비하지 않았던 질문도 있었는데 워낙 다양한 답변을 달달 외워가서 그중에 가장 비슷한 답변으로 대처했다.
훗날 옆 자리에서 같이 면접 본 동기에게 들어보니 '아.. 저 사람은 붙겠다.'라고 생각했다 한다. 난 정말 너무 떨려서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고 아닌 척하느라 힘들었는데..
2차 면접은 형식적인 것 같았다. 자기소개를 시켰고, 그 외 기억나는 게 딱히 없는 걸 보니 간단하게 끝난 것 같다. 그리고 2차 때 본 사람들이 거의 동기가 된 걸로 봐서 2차에서 떨어진 사람은 거의 없는 듯했다.
서류 접수부터 최종 합격까지 모든 절차에 2달 정도 소요가 되었고, 결국 퇴사 3개월 후 새로운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