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없는 산모. 쉽지 않은 조리원 생활.
서툴기 짝이 없던 나를 핀잔주고 옆에 엄마와 비교하던 조리원 선생님.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바로 세워 안은 너는 또렷하고 분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가 마치 "엄마, 할 수 있어. 엄마, 믿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별보다 빛나던 너의 눈빛과 힘차게 젖꼭지를 빨아주던 너를 내가 기억하고
훗날에 네가 이 글을 읽는다면 너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 그중에서 4일을 함께한 축복이와 나. 떨리는 마음으로 첫 수유 콜을 받고 우유를 주러 간 날. 제법 능숙해진 조리원 동기들과 달리, 처음으로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보는 나는 서툴기 짝이 없는 엄마였다.
어찌할 바를 몰라 진땀을 흘리는데 조리원 선생님께서 자꾸만 핀잔을 주셨다.
"옆에 엄마 좀 보세요. 저렇게 자세를 해야 아기가 우유를 잘 먹죠? 저렇게 안아야죠. 저렇게 먹여야죠."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바로 세워 안은 너는 또렷하고 분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가 마치 "엄마, 할 수 있어. 엄마, 믿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힘든 순간들이 많아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나지 않지만 그때의 그 눈 맞춤은 바로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또렷하게 기억한다.
조리원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했는지 수유실에 있던 제법 나이가 있는 듯한 엄마가 내게 말을 건네 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나는 둘째인데도 다 잊어먹고 새로 다 배우고 있어요. 첨부터 잘하면 왜 비싼 돈 주고 여기 와서 배우고 있겠어요?"
다른 엄마들이 동조한다는 듯이 '맞아, 맞아' 맞장구를 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떠올려보면 참으로 고맙다. 초면에 이름도 모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고 젖가슴을 드러내고 앉아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존재. 조리원 동기가 왜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꼈다.
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지금 생각하면 별 거 아닌 일인데, 그때는 어찌나 서러웠는지 수유를 끝내고 방에 올라가서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왜 그랬을까. 누구보다 활기찬 네가 낮동안 뛰어놀고 고이 잠든 이 밤, 행여나 네가 깰까 숨죽여 이 글을 보면서 나지막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너와의 조리원에서의 첫날. 별보다 빛나던 너의 눈빛과 힘차게 젖꼭지를 빨아주던 너를 내가 기억하고 훗날에 네가 이 글을 읽는다면, 너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그리고 네가 엄마가 되어 경이롭고 기쁜 첫 눈 맞춤을 꼭 경험하고 기억하길 바란다.
*21년글을 재발행했습니다. 24년 3월, 연재가 재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