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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봄 Feb 17. 2024

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3)

아이없는 산모. 쉽지 않은 조리원 생활.






서툴기 짝이 없던 나를 핀잔주고 옆에 엄마와 비교하던 조리원 선생님.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바로 세워 안은 너는 또렷하고 분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가 마치 "엄마, 할 수 있어. 엄마, 믿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별보다 빛나던 너의 눈빛과 힘차게 젖꼭지를 빨아주던 너를 내가 기억하고

훗날에 네가 이 글을 읽는다면 너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 그중에서 4일을 함께한 축복이와 나. 떨리는 마음으로 첫 수유 콜을 받고 우유를 주러 간 날. 제법 능숙해진 조리원 동기들과 달리, 처음으로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보는 나는 서툴기 짝이 없는 엄마였다.



 어찌할 바를 몰라 진땀을 흘리는데 조리원 선생님께서 자꾸만 핀잔을 주셨다.



 "옆에 엄마 좀 보세요. 저렇게 자세를 해야 아기가 우유를 잘 먹죠? 저렇게 안아야죠. 저렇게 먹여야죠."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바로 세워 안은 너는 또렷하고 분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가 마치 "엄마, 할 수 있어. 엄마, 믿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힘든 순간들이 많아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나지 않지만 그때의 그 눈 맞춤은 바로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또렷하게 기억한다.



 조리원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했는지  수유실에 있던 제법 나이가 있는 듯한 엄마가 내게 말을 건네 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나는 둘째인데도 다 잊어먹고 새로 다 배우고 있어요. 첨부터 잘하면 왜 비싼 돈 주고 여기 와서 배우고 있겠어요?"



 다른 엄마들이 동조한다는 듯이 '맞아, 맞아' 맞장구를 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떠올려보면 참으로 고맙다. 초면에 이름도 모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고 젖가슴을 드러내고 앉아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존재. 조리원 동기가 왜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꼈다.

 



 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지금 생각하면 별 거 아닌 일인데, 그때는 어찌나 서러웠는지 수유를 끝내고 방에 올라가서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왜 그랬을까. 누구보다 활기찬 네가 낮동안 뛰어놀고 고이 잠든 이 밤, 행여나 네가 깰까 숨죽여 이 글을 보면서 나지막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너와의 조리원에서의 첫날. 별보다 빛나던 너의 눈빛과 힘차게 젖꼭지를 빨아주던 너를 내가 기억하고 훗날에 네가 이 글을 읽는다면, 너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길 바란다.


 

그리고 네가 엄마가 되어 경이롭고 기쁜 첫 눈 맞춤을 꼭 경험하고 기억하길 바란다.



*21년글을 재발행했습니다. 24년 3월, 연재가 재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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